[명복을 빕니다]김관석목사…기독교계 큰별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2분


4일 향년 80세로 타계한 김관석(金觀錫)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와 기독교방송(CBS) 사장 등을 지내면서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헌신했던 기독교계의 큰별이었다.

평생 사회 구원을 우선하는 선교에 중점을 두고 목회 활동을 펼쳤던 고인은 60년대 이후 김재준 목사 등과 함께 국내 교계에 실천적 신학을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2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그는 180㎝의 훤칠한 키에 늘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49년 한신대를 졸업하고 목사가 된 그는 미국 시러큐스대와 유니언신학교 유학 후인 52년부터 교계에 몸담아왔다.

그가 현실 참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68년 KNCC 총무를 맡으면서부터. 12년간 재임하면서 KNCC를 반독재 인권 투쟁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3선 개헌과 유신 반대 활동을 주도하다 1975년에는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80∼87년 CBS 사장으로 재임하면서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서슬 퍼런 5공 정권에 맞서는 의연함을 보여주었다. 1990∼96년에는 교계지인 새누리신문사 초대 사장을 맡았고,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KNCC 원로회 의장으로서 한국 교회를 정신적으로 후원했다.

“앞에 나서기보다 뒷바라지하기를 더 좋아하는 성품이었다”는 지인들의 말처럼 고인은 현실 정치권과는 늘 거리를 두었다. 대선을 앞두고 분열돼 있던 야권통합을 위해 90년 통추회의 상임의장을 맡은 것이 유일한 예외였다.

청렴하기로 소문난 고인은 평소 “스스로 물질주의의 수렁에 빠짐으로써 사회 부조리에 눈을 감은 교계부터 뼈를 깎는 심정으로 회개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말년에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통일문제가 될 것”이라고 남북한의 대화와 사랑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5일 논평을 내고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셨던 고인은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양심이었다”고 애도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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