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숲에서 호랑이를 만났지 뭐예요 '당주의 숲'

  • 입력 2002년 1월 8일 15시 44분


한국의 겨울 산천과 한때 그 속에 살았던 호랑이를 사실적인 필치로 그린 창작 그림책.

끝부분에 예상을 뒤엎고 등장한 호랑이의, 당장이라도 그림밖으로 뛰어나올 듯한 위용과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입니다.

모든 호랑이 중에서 가장 우람하다는 한국 호랑이를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아이 ‘당주’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어렸을 때 할머니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무서운 호랑이 얘기를 듣고 자랐지만 당주는 사진가 할아버지가 찍은 호랑이 사진을 보고 호랑이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갑니다. 늘어져서 낮잠만 자는 동물원의 호랑이는 이미 마음속에 야생 호랑이를 찍어둔 아이에게는 영 성에 차지 않습니다.

아스팔트 숲에서만 자라 진짜 숲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는 할아버지의 호랑이 사진 촬영에 따라 나섭니다. 숲은 아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거기 놓여있었지만 아이는 한 번도 그곳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겨울 숲은 아이에게 만만치 않습니다. 발목까지 눈이 차오르고 입김이 앞을 가립니다. 발은 꽁꽁 얼고 통통한 손도 얼어붙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호랑이의 그림자는 볼 수 없습니다.

마침내 실망에 가득찬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호랑이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 자체가 깊고 넓은 숲이 되어야 호랑이가 그 마음에 들어와 살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당주는 할아버지의 말을 되새기며 잠시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커다란 짐승이 우두커니 서서 당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호랑이였습니다. 아마도 호랑이는 평생 아이의 마음 속에 살아 있겠지요.

화가는 숲속의 나무껍질, 정교한 호랑이의 털을 표현하는데 큰 정성을 기울인 듯 합니다. 원고가 처음 나오고 그림책으로 완성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니까요.

당주라는 인물을 그리면서도 몽골리안 계통의 가장 한국적인 얼굴이 어떤 것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합니다.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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