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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8일 2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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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삼국지’ ‘열국지’ ‘수호전’ ‘옥루몽’ 등 중국 고전소설을 우리 말투로 맛깔스럽게 번역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김구용판 ‘삼국지’(1974년)와 ‘열국지’(1995년)는 많은 후배 작가들이 재창작의 모본(母本)으로 삼을 만큼 정평이 있다. 생전에 절친했던 고(故) 천상병 등 많은 문인들로부터 시비 글씨를 부탁받았을 정도로 서예에도 일가를 이뤘다.
192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네 살 때 금강산 마하연에 머물며 승려로부터 불교와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1940년부터 1962년까지는 충남 공주시 계룡산에 있는 동학사에 기거하며 경전과 ‘채근담’ ‘노자’ ‘옥루몽’ ‘수호지’ 등 동서 고전을 섭렵하며 번역을 시작했다.
1949년 시 ‘산중야(山中夜)’로 시단에 나온 그는 애절한 한국적 정한을 바탕으로 선(禪)적 직관과 불교적 상상력이 담긴 독창적인 시세계를 열었다. 초현실주의적인 자유로운 시적 상상력 때문에 ‘난해시’라는 이름으로 기성 문단으로부터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잊혀져 갔으나 지난해 ‘삼국지’(전7권) ‘열국지’(12권)와 함께 그의 시 산문 일기를 모은 ‘김구용 문학전집’(전6권)이 재출간돼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구경옥(66) 여사와 수련(秀蓮·40), 원동(源東·39·충북대 의대 교수), 유동(裕東·35·독일유학중)씨 등 2남1녀. 발인 31일 오전 10시.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02-3410-6910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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