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최우람 '170개의 박스 로봇'전 열어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43분


촉망받는 신예 작가 최우람(31)의 개인전 ‘170개의 박스 로봇’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헬로아트.

35평 전시실 바닥에 죽 늘어서 있는 170개의 박스 로봇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한 발 들여놓는 순간, 맨 앞에 있던 로봇 하나가 전후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이들 로봇엔 센서가 붙어 있다). 동시에 그 옆의 로봇이 움직이고, 또 그 옆의 로봇이 움직인다. 마치 적의 출현을 알리는 듯하다. 관람객이 잠시 당황해하거니 혹은 신기해하는 사이, 어느새 동심원을 그리는 물결처럼 로봇의 움직임이 퍼져 나간다.

관람객이 많은 오후엔 이곳 저곳에서 관람객을 감지하고 동시다발로 움직이는 로봇들을 만날 수 있다.

로봇조각으로 잘 알려진 최우람이 이번 전시를 통해 또한번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가로 세로 높이 10㎝ 크기의 박스 로봇 하나하나엔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모든 움직임에 반응을 보인다. 움직일 때는 빨간색 파란색 흰색 노란색 불빛을 깜박거린다. 로봇 표면엔 각종 광고 카피나 상품 로고 등이 붙어 있다.

이 전시는 기계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젊은 작가가 산출한 고뇌의 흔적이다. 최씨는 “우리의 삶이 자유로운 듯 하지만 결국 기계와 같고, 하나의 상품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관람객은 로봇을 창조한 인간이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창조주가 아니라 로봇으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이 전시의 매력이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로봇 사이를 거닐다 보면 로봇과 하나가 된다. 관객의 참여이자 유쾌한 오락이다. 전시품도 살아있고 관객도 살아있다. 이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다. 작가의 말. “부정할 수 없는 로봇의 존재. 결국 인간과 기계는 조화로운 공생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로봇이라는 기계를 통해 인간사회를 되돌아보고 싶었다. ” 24일까지. 02-3446-4480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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