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숙씨 계간 '환경과 생명' 기고, 구승회교수 생태론 비판

입력 2001-10-07 18:49수정 2009-09-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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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환경과 생명'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순환고리에 갇힌 현대인.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는 이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사조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주의가 확산돼 왔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생태주의’는 여러 갈래. 불교, 노장(老莊), 동학 등에서 생태적 사유의 원형을 찾는 흐름이 있는가 하면 에코아나키즘, 심층생태론, 에코페미니즘 등 서구사회에서 발전해온 이론의 수용도 있다.

최근 이 생태주의자들 사이에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계간 ‘환경과 생명’(환경과생명사) 가을호에 실린 ‘생태비평 일각의 오만과 독단’은 논쟁상황을 보여주는 기고문.

에코페미니즘 연구모임 ‘꿈지모’회원 이윤숙씨가 쓴 이 기고문은 에코아나키즘 주창자인 동국대 구승회 교수(윤리문화학과)의 타 생태론에 대한 비평태도를 비판했다. 구 교수가 최근 몇 년간 글과 강연을 통해 “다른 이론에 대해 비판적 상호소통이 아닌 독설에 가까운 비판에 주력한다”는 것.

이씨가 먼저 문제삼은 것은 구 교수가 에코페미니즘 등을 ‘이성거부의 노선’으로 지목한 점. 이씨에 따르면 구 교수는 에코페미니즘 심층생태주의 등이 ‘이성 때문에 인류문명이 도탄에 빠지게 됐다고 보아 비합리주의로의 회귀, 몸이나 감정으로 철학하기, 포스트모던적 허무주의 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왔다.

이씨는 에코페미니즘 등의 문제 제기는 이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몸’, ‘과학/직관’, ‘남성/여성’ 등의 이원론(二元論)으로 세계를 바라보아 이성과 과학, 남성이 몸, 여성을 지배해온 사고 틀을 해체하자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씨는 구 교수가 ‘이성’ ‘과학성’ 등을 강조함으로써 지금껏 생태론자들이 생태위기를 야기한 이성, 과학중심주의의 폐해를 지적해온 맥락 자체를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또 구 교수가 에코페미니즘이론 중 “‘남성’과 ‘남성성’을 혼동한다”고 지적했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폭력적인 군사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 구조 등의 남성적 문명을 비폭력, 다양성, 보살핌의 여성원리로 변형시키자는 것이지 남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에코아나키스트로서 구 교수에게 필요한 것이야말로 “다른 인식, 다른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상호 소통하려는 생태적 비평태도”라고 제언했다.

이씨의 비판에 대해 구 교수는 “남성과 남성성을 혼동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더 고민해야 했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러나 여성은 자연, 남성은 자본주의식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유추에 대해서는 그것이 과연 논증된 것인가라는 회의를 여전히 갖는다”고 밝혔다. 본격 논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는 구 교수는 “에코페미니즘은 본질적으로 위기에 처한 페미니즘이 찾아낸 돌파구라는 것이 내 생각이며, 내가 페미니즘을 깊이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볼 때는 내 비판이 독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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