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다->안친다->다시 친다…에밀레종 타종 '오락가락'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5분


친다, 안친다, 다시 친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경주박물관 소장)을 10월9일 다시 타종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박물관이나 문화재 전문가들이 너무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에밀레종 타종과 관련된 국립경주박물관의 결정은 다음과 같다.

△1992년〓1993년부터 타종 중단하기로 결정

△1996년〓시험 타종 실시

△1999년〓2000년 가을부터 타종 재개하기로 결정

△2000년 9월〓타종 재개 중단하기로 결정

△2001년 9월〓다시 타종 재개하기로 결정

거의 1년 단위로 타종 여부를 놓고 결정이 바뀌어온 셈이다. 물론 의견이 분분하고 결정을 자주 번복하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은 소리를 낼 때 진정한 존재 가치가 있다’는 타종론과 ‘성덕대왕신종은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타종을 해서 훼손시켜선 안된다’는 타종불가론이 팽팽히 맞서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1년 단위로 결정이 뒤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경주박물관은 “종의 강도 등 안전 상태의 변화를 1, 2년 더 지켜본 뒤 타종 재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때와 지금 종의 상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 박물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문가들도 1년 사이에 종의 상태가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다.

별 차이가 없는데도 지난해엔 ‘타종 재개 중지’였고 올해는 ‘타종 재개’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신중한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친다’ ‘안친다’를 놓고 언제까지 왔다 갔다 할 겁니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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