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교회 젊은 목회]평신도교회 '새길교회'

  • 입력 2001년 5월 31일 18시 57분


새길교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평신도 교회다. 흔히 담임목사라고 불리는 전임 목회자가 없다. 예배당도 따로 없다. 주일 예배때만 서울 청담동 강남청소년회관을 빌려쓴다. 신자는 교파를 구별하지 않는다.

◇ 헌금 40% 봉사와 선교에

새길교회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14년전인 1987년 군사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재정권에는 침묵하고 교회 건물 짓는데 우선 신경쓰던 기성교회에 실망한 한완상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현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김창락 한신대 신학과 교수,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이삼열 숭실대 철학과 교수 등은 같은 해 3월 8일 ‘새길 신앙고백서’를 작성, 서울 논현동 강남YMCA에서 ‘대안교회’를 시작했다.

장로 권사 집사 등과 같은 서열화된 직분도 없앴다. 이 교회의 모든 신자는 단순히 형제 자매로 불린다. 교회운영은 공동의회에서 선출된 30인 이내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맡고 있다. 운영위원장도 운영위원 중 한명이 1년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담임목사가 없어 권진관 성공회 신학대 교수, 최만자 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원장, 길 교수, 한 부총리 등이 교대로 설교를 맡고 있으며 다른 평신도들이 강단에 서 간증을 통해 말씀을 증거하는 경우도 많다. 교회 건축비와 목사 사례비가 들지 않는 대신 헌금(1년 예산 약 1억원)의 40% 이상을 사회봉사와 선교에 쓰고 있다.

물론 새길교회가 순조롭게만 성장해온 것은 아니다. 창립 당시 인근 현대교회에 다니던 약 20가구가 중심이 된 이 교회는 94년 다시 현대교회와 합쳐 2년간을 보내기도 했다. 신자들의 혼례 상례 등을 돌볼 목회자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89년 문전섭 목사, 91년 서창원 목사 등을 담임목사로 모셔보기도 했다. 현재는 이같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약 120명의 교인이 참석하는 착실한 교회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가능성 모색중"

새길교회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들의 교육이다. 기존교회에 실망을 느끼고 찾아온 ‘의식있는’ 성인들이 중심이 돼다 보니 청소년이나 아이들을 위한 교회교육이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동부를 전담하는 전도사를 유일하게 봉사직이 아닌 유급제로 두고 어린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성경공부도 조만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조혜자 운영위원장(이화여대 심리학 강사·51)은 “새길교회는 기성교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백성이고 왕같은 제사장이라는 입장에서 따로 교역자를 두지 않고 모두가 주체가 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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