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외'열풍' 앞엔 평준화도 '미풍'

  • 입력 2001년 3월 27일 19시 04분


◇신도시 고교 평준화 방침 이후

“임마! 밀지마!” “학생들 계단 이용하는 게 더 빠르다니까.” 26일 오후 8시경 경기 안양시 동안구 S학원. 강의를 들으러 밀려든 학생 수백명이 좁은 승강기를 채우다 못해 넘쳐 강의실로 올라가는 계단을 꽉 메운 채 움직일 줄 몰랐다. 학원 밖에서는 수강생들을 실어 나르는 10여대의 학원 셔틀버스와 학부모들의 차량이 뒤엉켜 시끌시끌했다. “아주머니가 빨리 빼주세요. 거기에 차를 대놓으면 어떡해요.” 학원 주차 관리인이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차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두 개 차로를 점거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 안양 과천 군포 의왕 지역의 35개 중학교에서 몰려드는 학생들로 학원가는 매일 밤 북새통이다. 지난해 12월 고교평준화 발표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중학생의 고교 입시경쟁 열기는 평촌 분당 일산 등 신도시지역에서 여전하다.

▽학원수강〓 “고교 평준화 방침 때문에 수강생이 크게 줄까 걱정했지만 조금 줄었을 뿐 별다른 변화는 없어요. 상위권 학생들은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에 진학하기 위해 여전히 과외를 받고있고 하위권 학생들도 인문계 고교를 가기 위해 학원을 찾기 때문이죠.”

평촌 S학원 강사 이모씨(38)의 말처럼 학원가는 평준화 발표 이전과 다름없이 성황이다.

신도시의 명문고 입시경쟁은 평준화 이후 인문계 고교 진학 경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분당 효자촌 S학원은 평준화 도입 발표 이후 수학과 영어 단과반을 운영 중이다. 강사 하모씨(29)는 “고교 진학은 커트라인만 넘으면 되니까 중학생이라도 지금부터 대입을 위한 영어, 수학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 단과반이 우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종합학원에서 나온 학생들은 소규모 보습학원이나 과외로 몰리고 있고 분당과 일산 학원가에는 보습학원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일산 후곡마을 J학원 관계자는 “학생이 10% 가량 줄긴 했지만 신도시지역의 교육열기로 볼 때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학원 통학시간을 줄이려고 과외를 받거나 소수 정예 단과반에 학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분당 S중 학부모 한모씨(41)는 “고교 진학은 별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만큼 수능이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발표도 있듯이 대입에 대비하기 위해 이 달부터 영어 수학에 대한 과외를 시키고있다”고 말했다.

▽벗어나기 힘든 과외〓평촌 범계중 3년생 김모군(15)은 올 3월 A학원에 등록했다. 담임 선생님이 “평준화가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반에서 60% 안에 들지 못하면 인문계 고교는 꿈도 못 꾼다”고 ‘겁’을 줬기 때문이다.

B중학교의 한 교사는 “학부모들이 아이가 반에서 꼴찌를 해도 무조건 인문계 고교에 가길 원한다”면서 “평준화를 하든 안 하든 학생들의 과외 열풍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평촌 대안중은 올해 신입생들에게 안내서를 보내면서 ‘고교 지원시 학급 석차가 55% 이상인 경우 인문계 고교 지원이 불가능하며…’란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이를 본 학부모와 신입생들의 간이 콩알만해진 것은 당연한 일.

일산 O중 1년생 딸을 둔 주부 김모씨(38)는 “평준화가 도입될 줄 알았으면 명문고 진학이 쉽다는 O중학교 근처로 이사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는데 내신으로 경쟁하려니 과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문계高 탈락률 21% 이를듯

평준화가 돼도 반에서 중위권에 들지 못하면 인문계 고교에 가기 힘들다는 현실이 과외열풍을 지속시키는 한 요인이다.

4개권역 신도시의 현 중학 3년생은 모두 4만9286명이고 인문계 고교 입학정원은 3만9071명으로 인문계 고교 탈락률은 21%에 이를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성남 22%, 고양 27%, 부천 9%, 안양권 23%다. 물론 인문계 지원 이전에 실업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으로 진학하는 학생을 제외하면 실제 수치는 낮아진다.

그러나 올해 평준화 지역으로 분류돼 인근에서 많은 학생들이 유입될 것으로 보여 일반계고교 미진학 학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교육청은 예상하고 있다.

인문계 고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미달인원을 모집하는 추가모집이나 일반계 고교 후기 모집에 지원했었지만 평준화가 도입되면 인문계 후기모집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평준화가 되면 무작위추첨방식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굳이 후기로 모집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교육청에서도 평준화 지역 내 후기 일반계고 존치 여부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성남〓성인고(44) 태원고(44) 분당대진고(44) 돌마고(176)

▽부천〓시온고(196)

(괄호안은 모집인원)

지역

중 3 재학생

2002학년도 일반계고교 신입생 정원

일반계고교

미진학 학생수

성남

1만2874명

1만32명

2842명

고양

1만 303명

7436명

2867명

부천

1만1562명

1만437명

1125명

안양권(과천 군포 의왕 포함)

1만4547명

1만1166명

3381명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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