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욕망에 깃든, 한조각 양심"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9분


마치 욕심과 망상이 가득 차 있으면서도 한 조각 양심이 깃들어 있는 대다수 인간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면 이럴까? 먹빛 가득한 화면(畵面) 위로 잿빛과 푸른색의 글자 획들이 떠돌고 그 획들은 서로 충돌하고 엉키면서 방황과 혼돈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아니면 이 그림은 흑암으로 가득 찬 우주 속에 한 줄기 빛이 깃든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국화가인 이철주(중앙대 한국화과 교수·60)가 9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28일부터 4월22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그가 오랜만에 보여주는 작품들은 한자(漢字) 문화권에서 사물의 본질과 기를 표현하는 근본적 요소인 획을 소재로 인간과 우주의 본질에 도달하려는 추상화들이다.

그는 한지 밑바탕에 수묵으로 다양한 서체(書體)의 획들을 그리고 그 위에 은분(銀粉)이나 석분(石粉)으로 다른 획들을 겹쳐 그려 밑바탕을 지워 나가는 작업을 반복했다.

작가는 이같은 작업에 대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그림 그린다는 일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면서 “지워가다 섬처럼 남은 부분들은 미지의 피안으로 연결되는 소통의 공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에서 표피적인 장식을 부인하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포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전시 개막행사로 28일 오후 3시 작가의 아들인 피아니스트 이용규(독일 국립 베를린 예술대 박사과정)가 축하 리사이틀을 갖는다. 02―720―5114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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