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막가는 소설가' 마르시아스 심 문단 화제

  • 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54분


◇"글은 못써도 '뻥'은 잘쳐요"

마르시아스 심(본명 심상대·사진)은 언제나 유쾌하다. 스스로 “작가로서 글은 못써도 뻥은 잘 친다”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누구의 얘기처럼, 그가 없었다면 문단은 퍽 쓸쓸했을 것이다.

얼마 전 발표한 연작소설 ‘떨림’(문학동네)도 문단을 수선스럽게 만들었다. 이 소설은 ‘정력의 달인’이 벌이는 엽색 행각을 그리고 있다.

“전 이 책 출간 전에 마광수나 장정일처럼 예술이냐 외설이냐 공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사람들이 어디까지가 경험담이냐고 물어와 얼마나 당혹스럽던지….”

‘떨림’의 독자 중에는 64세인 여성과의 연애담을 다룬 ‘베개’ 편을 호평한 여성독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늙은 여성을 여자로 봐준 것은 고마운 일이나 늙은 여자에 대한 환상은 너무 심했다”고 충언했다고.

그는 만약 데뷔작으로 ‘떨림’을 내놨더라면 아마 문단에서 매장당했을 거라고, 그나마 베스트셀러가 안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엄살이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 5개월만에 1만부가 넘게 팔린 것을 보면 꽤 반향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여기 실린 8편의 작품들 중 두 편은 영화로 제작된다니 세간의 화제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떨림’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은 ‘더욱 품격있는 작품’을 위한 습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듣자 그가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 하나는 지난 10년간 50여편의 중 단편만 발표해온 그가 처음 도전하는 장편소설이다. 주제를 물으니 “제 이름만 부르며 우는 새들과는 달리 남의 이름을 부르며 울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글”이라 귀띔했다.

다른 하나는 ‘문학의 산업화, 대중화’를 위해 다음달부터 월간 ‘베스트셀러’에 연재하는 판타지 소설 ‘붉은 절벽의 역사’이다.

그는 “다른 작가들은 경망스럽다고 주저하는 판타지 문학은 나처럼 ‘막가는 소설가’가 먼저 시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주 중으로 데뷔 초창기의 작품들을 실은 다섯번째 소설집 ‘명옥현’(문학동네)이 출간될 예정이다.

과연 그의 뜻대로 문학에서 예술성, 사회적 메시지, 대중성의 절묘한 조합은 가능한 것인가?

그의 이름 마르시아스는 산채로 껍질이 벗겨질 각오로 예술의 신 아폴론에게 대들었던 피리의 명수 ‘마르시아스’에서 따온 것. 스스로 작명한 이름에서 다부진 각오와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여덟가지 정사 체험담 천연스럽게 '고백'

주인공 ‘나’가 털어놓는 여덟가지 정사 체험담이다.

방탕한 성 체험을 가진 주인공이 ‘꽃망울도 터뜨리지 않은’ 두 자매와 별 즐거움 없이 차례로 성관계한 이야기 ‘딸기’, 성병 걸린 늙은 창녀와 수음하는 고등학생을 엿보는 하숙집 여주인의 이야기 ‘샌드위치’, 성적 욕망이 생길 것 같지 않은 여자들과의 성관계를 스케치한 ‘밀림’, 자신을 버린 남자를 그리워하는 처녀와의 관계를 묘사한 ‘발찌’ 등이 실렸다. 이밖에 술집 마담, 절름발이 처녀, 미친 여자아이, 선배의 부인, 결혼식 주례사를 해주기로 약속한 처녀, 글을 배우러온 제자 등과의 다양한 성관계를 천연덕스럽게 ‘고백’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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