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8900원…9900원…책값 100원 내리니 싸게 보이네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51분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8900원,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9900원, ‘미래와 그 적들’ 1만1900원, ‘모택동비록’ 9800원….

1000원 500원 단위의 책값이 주종이었던 출판계에 최근 들어 900원 800원 단위로 된 책들이 늘고 있다. 1만원이 아니라 9900원 혹은 9800원…. 이 100원, 200원의 차이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당연히 심리적 효과를 생각한 것이다. 100원 차이지만 1만원보다는 9900원이 훨씬 저렴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 출판인은 “그 결과를 검증할 수는 없지만 판매 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100원 싸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독자를 우롱하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지만 이같은 경향은 책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책도 분명 상품이기에 소비자인 독자에게 할인해준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값을 9900원으로 정한다고 할 때, 9000원짜리를 9900원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1만원짜리를 9900원으로 내리는 것이다. 100원을 독자들에게 돌려주는 셈. 한 출판평론가는 “독자들에게 출판사가 책값을 엄정하고 세밀하게 책정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결국, 효과적인 출판 마케팅 전략의 하나인 셈.

이같은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선 900원보다 800원이 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800원 단위의 책도 늘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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