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3단지' 왜 뜰까]환경·교육·문화 3박자 만족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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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말을 사육하던 목장이 많아 목동(牧洞)으로 불리던 곳이 이제 사람들로 가득한 아파트 밀집촌으로 변했다. 마전인해(馬田人海)라고 할까.

85년 이대목동병원 앞 ‘목마공원’ 옆에 1단지가 들어선 뒤 2∼14단지로 영역을 넓혀온 서울 목동(木洞) 신시가지는 녹지와 문화공간이 풍부하고 교육환경도 좋아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중산층 주거지역이 됐다.

◇ 비싸도 입주희망 더 많아

전체적으로 ‘살기 좋은 목동’ 가운데서 파리공원에 인접한 목동 3단지가 요즘 눈길을 끌고 있다. 아파트값이 비싼 데도 나가려는 이들보다 들어오려는 이들이 많다. IMF체제 직후와 같은 상황에서도 집값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

외지인들은 단지 조성 14년째를 맞는 이곳이 떠오른 데 대해 의아해 한다. 3단지 입주민이 되려면 부동산중개소에서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전세와 매매물건이 수요초과 현상을 보인다는 것. 지난해 9월 317동 1층으로 이사온 박광하씨(41·Y통신 대표)는 3개월 가량 기다린 끝에 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오락실이나 유흥업소 등 유해시설이 없고 학교가 단지 내에 있어 아이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어 만족합니다. 나무가 울창하고 소음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목동 전체가 그렇습니다만.”

◇ 입주민 3분의1이 전문직

목동 단지 전체가 비교적 살기 좋은 곳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3단지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3단지는 순수 주거지역인 데다 이 지역의 ‘명문’으로 통하는 영도초등학교와 신목중학교가 인접해 있고 단지 주변에 파리공원과 시립도서관 종합체육관 등 문화 체육시설이 산재한다. 고속도로 소음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 단지에 상대적으로 많이 산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1500여가구 가운데 의사나 약사가 200여명, 교수와 변호사가 100여명에 이르는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전문직종이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86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이사온 윤용애씨(50)는 당시 인하대 교수였던 남편의 출퇴근 문제로 이사와서 환경과 풍부한 문화시설에 매료된 경우다. 윤씨는 “처음에는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이제는 복잡한 강남으로 다시 이사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주부들 자치활동도 활발

부동산업소들에 따르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윤씨처럼 신촌이나 인천지역 대학과 병원의 교수, 의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공인중개사 정철권씨(47)는 “환경과 학군이 좋다는 얘기를 알음알음으로 듣고 찾아오는 전문직이 많으며 그 탓인지 같은 평수임에도 2000만∼1억원 가량 집값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간에 직업적인 공통성이 많다는 점은 아파트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주는 동시에 주부들의 자원봉사활동 등 자치활동이 잘 이루어지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주민들은 “빈부차가 심한 강남에 비해 비슷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아이들도 기가 죽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며 주부끼리도 비교적 쉽게 어울려 동네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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