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록문화 시민展]살아있는 서민애환 한곳에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57분


제자들과 주고 받은 편지, 육아일기와 가계부 등도 훌륭한 기록이 된다. 당대 생활 문화사를 복원하는 데는 서민들이 남긴 ‘하찮은’ 기록이 때로는 공식 정부문서보다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편린’을 느껴볼 수 있는 기록전이 열린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남구민회관 1층 홍보전시관에서 개최하는 ‘제1회 한국기록문화시민전―아름다운 삶의 궤적을 찾아서’. 연구원은 지난달 공모를 거쳐 모범기록 보존 사례들을 선정했다.

대상은 충북 충주시 살미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임대규씨(65)가 80년대초부터 써온 ‘달력일기’. 큼직한 벽걸이용 달력에는 그날 그날 일을 적은 메모와 함께 오려붙인 신문기사와 각종 영수증 등이 빼곡히 차 있었다.

94년에 ‘개가 강아지 8마리를 낳다’(3월10일)는 소소한 내용부터 ‘밤에 시 군 통합 찬반투표를 했는데 의견발표를 했다’(4월22일)는 행정개혁 참여과정까지 담겨 있다.

서양화가인 박정희씨(77)는 4녀1남의 50년된 육아일기와 6·25 전쟁일기, 가계부를 내놓았다. 71년 가계부에는 두부 30원, 고등어 250원 등 반찬값부터 TV시청료 300원, 조위금 1000원까지 시시콜콜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96년 회갑을 맞아 자신이 평생 기록한 일기와 메모를 모은 ‘한 한국인의 삶과 발자취’를 출간한 김안제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의 ‘생애일지’ 4권과 각종 수첩도 전시된다.

김교수는 ‘57년 6월30일 첫 중국음식’(원효로 중국집), ‘69년 4월1일 텔레비전 구입’ 등 자신이 겪은 현대사를 꼼꼼하게 담아 ‘기록의 명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02―511―8752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