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그림동화속에 희망이 가득한 '미소짓는 물고기'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3분


▨ 미소짓는 물고기 / 지미(幾米) 글·그림 / 8500원 청미래

프랑스 작가 장 자크 상페의 어른용 그림책들이 소리소문 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잊었던 동심의 순수를 맑은 삽화에서 발견하는 젊은 도시인들이 열혈팬이다. 대만의 일러스트레이터 지미의 작품이 그 바통을 이을 듯 싶다.

상페와 지미의 작품은 생활의 유머를 공유한다하면서도 소재나 분위기에서 상페의 그림과는 다르다. 그러나 상페의 펜화가 전원적이며 재기발랄한 풍이라면, 지미의 수채화는 도회적이면서 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번에 발간된 3편의 시리즈 중 ‘미소짓는 물고기’는 물고기와 벗 삼은 독신남을 통해 일상의 자유에 대해 속삭인다. ‘아무리 발버둥쳐 보아도 투명한 경계선을 뚫고 나갈 수 없는’ 어항 속 같은 생활에 대한 자각이 도시를 환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는 왼쪽으로만 걸어가는 여자와 오른쪽으로만 가는 남자에 대한 우화다. 바로 옆방에 살면서도 무의식적인 습관이 두 사람의 만남을 유예시키면서 도시를 미궁으로 만든다.

만화 같은 지미의 작품은 외양은 가벼워도 울림은 적지 않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시적인 감수성과 도시인의 고독을 치유하는 낙관적 세계관이 녹아 있다. 동양적 달관의 정서에 뿌리를 두면서도 피안이 아닌 차안의 세계를 지향한다. 해맑은 그림의 산파가 백혈병 환자라는 사실이 책을 대하는 자세를 곧추 세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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