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예술가 8인 '종묘점거 프로젝트' 추진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그룹이 가부장적 문화의 상징인 서울 종묘앞 공원을 3일간 여성해방특구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전주 이씨 종친회가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가 ‘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이어서 문화재청을 당혹케 하고 있다.

제미란씨 등 여성 예술가 8인으로 구성된 ‘입김’은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종묘공원에서 ‘아방궁 종묘점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왕실의 지맥을 이루던 종묘 공간을 여성의 자궁으로 재구성해 ‘아름답고 방자한 자궁’이란 개념의 해방특구 ‘아방궁’을 조성한다는 것. 프로젝트는 자못 도발적이다. ‘뽑기 따먹기’는 어릴적 길거리에 앉아 먹던 뽑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남녀 성기 모양의 뽑기를 침발라가며 먹는 행사. ‘∼마라의 길’에서는 ‘가랭이를 벌리지 마라’ 등 여성 억압적인 금기의 구절이 적힌 풍선을 터트리면서 해방감을 맛본다. ‘종묘에 딴스홀을 허하라’에서는 교련복 등 남성우위문화를 상징하는 갖가지 제복을 해체한 복장과 가면분장을 하고 종묘안 신위(神位)들이 들으라고 한바탕 댄스파티를 벌인다.

전주 이씨 종친회인 대동종약원의 이기준 전례이사는 “가당치도 않는 얘기냐”며 “종묘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평소에도 종묘공원에서 술먹고 떠드는 사례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개정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행사를 ‘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위원회’가 후원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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