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초대형 서점 "우린 강남 간다"…'영풍' 등 속속 개장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5분


서울 강남구 반포동에 살고 있는 주부 이채희씨(36)는 요즘 다섯살, 네 살 난 두 아들과 함께 ‘독서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얼마 전 인근에 문을 연 대형서점인 영풍문고 강남점을 매일같이 찾기 때문. 냉방시설을 갖춘 널찍한 매장 곳곳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자신도 보고 싶은 책을 맘껏 읽다보면 더위가 싹 가신다.

‘대형서점의 강남시대 개막’. 최근 서울 강남일대에 매장 규모 1000평 이상의 초대형 서점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대형서점 상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 동안 서울의 대형서점 시장은 강북에 밀집한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등이 주도해 온 반면 강남은 진솔 시티문고 등 500평 내외의 중대형서점이 ‘산재’, 규모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것이 사실.

그러나 지난달 강북의 규모에 버금가는 대형서점들이 잇달아 개장, 본격적인 ‘상권 쟁탈전’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서점은 코엑스몰 센추리시티 등 새로 형성된 강남의 복합문화타운과 연결, 1일 1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를 발판삼아 단시일내에 강남 최대의 문화명소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1700평 동양최대 규모"

두 달 전 서초구 반포동 무역센터 내 코엑스몰 지하에 들어선 ‘반디 앤 루니스’는 구 서울문고를 전용면적 1700평의 초대형 미국식 서점으로 개조,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보유 장서만도 200만권 이상으로 교보문고와 ‘쌍벽’을 이룰 정도. 고객들의 통행편의를 고려, 다른 서점의 2배인 3m 이상의 통로를 마련하는 한편 130여m의 유리외벽을 따라 의자를 배치해 독서공간을 확보했다. 어린이인형극장, 인터넷라운지, 북카페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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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지난달 27일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지하에 문을 연 영풍문고 강남점. 전용면적 1300평에 8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 5m의 높은 천장과 ‘ㄱ’자 모양의 중층 공간을 확보, 지하공간의 답답함을 덜고 매장 내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 장애인의 편의도 고려했다. 매장내에 18대의 터치스크린 단말기를 설치해 원하는 책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고, 이벤트홀에서는 미술전시회나 각종 강연회가 수시로 마련된다.

교보문고도 2002년말 강남역 부근에 완공예정인 지하9층, 지상 25층 규모의 교보생명 건물 지하 1, 2층에2000평 이상의 전용면적을 갖춘 ‘강남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서점업계의 강남 상권이 강북을 추월하는 한편 강남지역의 고객들은 대형서점의 선택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소규모 서점들 매출줄어 울상

이같은 대형서점들의 ‘파상공세’에 강남역 인근에서 영업 중이던 기존의 중대형서점들은 타격을 입고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중형서점 운영자는 “지난달 인근에 두 대형서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15%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영풍문고 강남점 나종호 영업부장은 “대형서점이 잇달아 입점하면서 그동안 전문서적을 구하기 위해 강북까지 ‘원정’을 가야했던 강남지역 주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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