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여성 바이어 "남자속옷, 여자가 더 잘 알아요"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59분


유지영대리
유지영대리
신세계백화점 매입부 유지영 대리(34)는 두가지 이색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백화점의 꽃’이라는 바이어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하나. 또 하나는 그것도 남성내의 바이어를 5년째 맡고 있다는 점이다.

유대리는 모든 일에서 그렇듯이 남성 속옷을 다루는 일도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장점으로 극복했다.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쉽게 지나치는 것도 세심하게 찾아내 상품화할 수 있잖아요.”

덕분에 처녀 시절부터 맥반석팬티와 황토팬티 등 갖가지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개발, 주위에서 ‘경탄’과 ‘의혹’의 눈길을 동시에 받은 적도 있다.

그렇다고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는 남자팬티의 앞부분을 평균보다 3㎝정도 길게 ‘개방’시킨 제품을 내놓아 “불편하다”는 남성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평균적인 한국남성의 신체구조를 무시한 제품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이제 결혼1년차 주부인 그는 요즘 남성들의 속옷에 대한 유별난 관심에는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한다.

야광무늬나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진 남성용 팬티들이 일반제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은 보통. 외국잡지에 난 야한 팬티 사진을 들고 와 ‘이대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도 있다.

유씨는 “그 정도로 극성을 부릴 필요는 없지만 속옷도 패션이라는 주장에 반대할 남성들은 없을 것”이라며 기초적인 남성속옷 코디법 몇 가지를 조언했다.

“러닝셔츠와 팬티는 아래위 색상을 맞추기보다는 겉옷의 색깔과 맞춰 입는 것이 세련된 착용법이에요. 또 여름에는 삼각팬티보다는 트렁크가 건강상으로나 밖으로 표가 날 염려가 없어 좋답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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