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레이딩 '먹통']잦은 전산장애 피해자 속출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40분


증권사 전산시스템 고장으로 고객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말 50% 남짓하던 사이버 주식거래 비중이 5월말 현재 67.1%로 급증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가깝게는 15일 증시 개장 직후 현대증권 전산시스템이 과부하로 1시간반 동안 ‘먹통’이 됐다. 동원증권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은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12, 13일 매매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올 들어 삼성 LG투자 등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똑같은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 지자 일부 증권사들은 부사장급을 법무팀장에 앉히고 변호사를 대거 영입하는 등 일찌감치 현실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말썽 왜 생기나〓증권사들은 이용자의 조작 실수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또 데이트레이딩(초단기매매)의 급속 확산으로 증권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다 보면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원인이 증권사간 서비스경쟁 과열과 이에 따른 기술적 결함에 있다는 사실은 관련 당사자들까지 시인하고 있다. 한 증권사 전산팀 직원은 “밤샘작업으로 간신히 날짜를 맞추면 테스트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상용화에 들어간다. 광고를 미리 내보내 언제까지 런칭(출범)시킨다고 미리 날짜를 박아놓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분쟁해결 묘안 없나〓피해를 본 고객들은 피해보상대책위원회를 구성(세종증권)하거나 안티사이트를 개설(E*미래에셋증권)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상이 이뤄진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동원증권이 국내 업계에서 처음으로 19일 보상 용의를 표명했다. 이 회사 이우호(李佑浩)이사는 “주문을 입력하는 데 성공했으나 전산장애로 주문이 뒤늦게 처리되거나 아예 처리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조종연(趙鍾衍) 분쟁조정2실장은 “이 경우 이렇다할 판례도 없어 감독당국으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사안별로 당사자간 합의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결국 투자자 스스로 주문 및 체결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증권사 콜센터에 긴급주문을 내는 등 분쟁 발생을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분쟁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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