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칸의 제국'/중국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03분


□칸의 제국

조너선 D 스펜스 지음/이산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로 현재 미국의 중국사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조너선 D 스펜스. ‘천안문’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등 그의 저서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역사서술방식이 갖는 마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글은 역사와 문학이 결합된 서사구조 속에 치밀한 사료 고증을 통한 정확성을 추구한다.그러나

스펜스는 다양한 사료로부터 일반성을 추출해 하나의 역사적 가설을 제기하기보다는, 사료의 원작자가 처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당시의 현장을 그려낸다. 그렇게 재구성된 역사에서 어떤 일반화를 끌어내든, 아니면 그저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며 서사를 즐기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프란체스코 수사인 빌렘이 종교적 외교적 사명을 띠고 당시 중국을 통치했던 칸에게 파견됐던 1253년부터 20세기의 천재적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탈로 칼비노가 그려낸 1980년대까지 700년 남짓한 세월에 걸쳐 있는 중국에 대한 48종의 일람(一覽·Sighting)을 소재로 한다. 중국의 매력에 끌려 중국 구경도 못한 서양인들까지 중국을 그려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보면 사실성이나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스펜스교수의 생각이다.

그들은 다 나름의 편견과 기대를 가지고 중국을 바라봤고 이는 그들이 남긴 ‘일람’에 그대로 반영됐다. 스펜스교수는 이런 사료로부터 객관화 일반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서양인이 편견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영향을 받게 되는 과정과 그 현상을 ‘또 하나의 역사’로 서술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중국의 역사’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서양과 서양인을 ‘일람’한다. 김석희 옮김 351쪽 1만3000원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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