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교수著 '평양미술 기행'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42분


▼북한의 그림엔 먹이 없다▼

평양미술기행. 그건 분명 신선한 체험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바로 앞둔 지금, 그 기행은 더욱 뜻깊다.

2년전 북한을 다녀온 미술평론가 윤범모 경원대교수가 북한 미술의 이모저모를 담아 최근 책으로 냈다. '평양미술기행'(옛오늘).

윤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의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그는 북한의 현대미술의 '이색적인 면'을 눈여겨 보았다 윤교수가 말하는 북한 현대미술의 특징은 거대한 벽화와 기념물의 성행, 익명성에 기초한 집단창작, 먹을 배제한 조선화 등.

우선, 평양 거리에서 천리마동상 주체사상탑 개선문 만수대기념비 등 대형 조형물을 만난다. 이러한 조형물은 사회주의 미술의 기본 특성이다.

지하 100m 깊이의 평양 지하철역에선 수십m에 이르는 대규모의 모자이크 장식 벽화를 북한에선 '우리식 쪽무이 벽화'라고 부른다. 영광 지하철역의 벽화 '백두산천지'는 장중하고 화려한 화풍,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윤교수는 평가한다. 이 작품들은 모두가 익명이다. 집단창작이기 때문이다. 집단 창작의 중심은 평양의 만수대 창작사. 이곳엔 3700여명의 미술가가 소속되어 있다. 조선화 유화 조각 출판화 벽화 도자기 공예 수예 보석화 도안 등의 10개 창작단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작품은 매년 4000여점. 상당수는 외국으로 수출한다.

만수대 창작사를 둘러본 윤교수는 "엄청난 규모다. 응용미술 분야와 수예를 우대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술회한다.

북한 미술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조선화. 조선화는 주체사상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추구한다. 그 조선화의 특징은 채색화만을 전통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이는 수묵화를 배제한다는 것이고 그건 조선시대의 수묵 문인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지배층 양반들의 그림이라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현대 조선화는 화사하고 선명하고 간결하지만 하나의 이념을 구현하는 탓에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또한 북한미술의 익명성이다. 윤교수는 말한다.

"먼저 북한 미술을 제대로 그리고 진진하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분단 극복의 미술사가 가능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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