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조재현교수 첫 우리말 베트남어 사전 펴내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한국어로 풀이된 베트남어 사전이 처음 출간됐다. 한국외국어대 조재현(曺在鉉·53) 교수의 역작이다. 제3세계 언어에 대한 무관심속에서 10여년간 묵묵히 공을 들여서 완성한 1925쪽의 두툼한 월한사전에는 6만여개의 표제어가 빼곡하게 실려 있다. 때마침 30일이 월남 패망(베트남식 표현으로는 ‘남부 해방’) 25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의미가 새롭다.

“1966년 국내 대학에 베트남어학과가 생긴 이래 30여년만에야 우리말 베트남어 사전을 갖게 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600여명에 이르는 전공학생 뿐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체에서도 요긴하게 쓰이길 기대합니다.”

처음 출간된 월한사전이지만 전공자외에 실용적인 측면에 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 조교수의 설명이다. “정확한 어휘와 뜻을 파악하고 제3의 언어를 통한 이중 번역을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내놓은 공식 월-월(越-越) 사전을 기초로 15종의 사전을 참고했습니다. 한자에서 유래된 어휘는 이를 병기했고, 일tkd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속어,속담, 방언도 가급적 많이 수록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어 단어 중 60∼70%를 차지하는 한자어를 함께 넣어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은 영어판 사전과 구별되는 두드러진 특징. 베트남어는 ‘감따’(感謝) ‘꾸옥자’(國家) ‘꾸옌로이’(權利) ‘끼자’(記者) ‘혹자’(學者)처럼 우리말과 뜻과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아 이 사전을 통하면 초심자도 베트남어에 쉽게 입문할 수 있다.

방대한 작업을 도맡았던 만큼 어려움이 없을리 없다. “사전편찬을 시작한 87년에는 자유왕래가 안돼서 통일 이전 남베트남 자료를 기초로 사전 편찬을 시작했습니다. 몇 해 뒤 인적교류가 트여 현지 사전을 구해보니 분단시대 남베트남에서 통용됐던 많은 단어들이 사실상 사어가 되버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도에 어휘 첨삭 작업을 변경하느라고 무척 고심했습니다”

고심 끝에 조교수는 실용성은 없지만 공산화 이전 사료들을 연구하는 후학들을 위해서 남 베트남 어휘들도 살려서 실었다.

조교수는 “사전 발간으로 국립하노이대를 비롯해 베트남 3개대학의 한국어과를 중심으로 한국 연구가 활성화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조교수는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전이 제꼴을 갖추려면 베트남 고전들을 소화할 수 있게 1만∼2만개의 고어가 더 포함되어야 합니다. 사전 편찬을 필생의 작업으로 삼아 조만간 증보개정판을 낼 계획입니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 1회 졸업생인 조교수는 92년 한국외국어대와 베트남 하노이대의 자매결연을 통해 양국 정식 수교의 밑거름을 제공했고 93, 95년 양국 정상 상호방문 때는 통역을 맡기도 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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