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북유럽 문화축제' 공연 전시등 다채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백야와 오로라. 파란 눈과 금발의 사람들. 키 큰 침엽수 사이로 내리는 눈. 작곡가 시벨리우스와 그리그, 화가 뭉크, 극작가 입센, 사브, 볼보, 노키아….

북유럽 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가. 찬란한 봄의 환희가 어두운 겨울의 우수를 몰아내는 계절. 이맘때라면 녹색 새 잎을 머리에 두른 처녀들의 윤무가 마을앞 광장을 수놓고 있을 것이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북유럽 문화축제’를 연다. 공연 전시 영화상영 등을 묶은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한마당이다. 15∼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가장 먼저 대할 수 있는 것은 로비에서 열리는 북유럽 사진전과 도서전. 도서전은 어린이 도서를 중심으로 직접 책을 열어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한다. 사진전에서는 북유럽의 맑은 하늘과 호수, 삼림을 만끽할 수 있다.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두 개의 콘서트와 어린이 연극 하나, 민속 공연 하나가 마련됐다. 21일 7시반에는 노르웨이 현대음악의 탁월한 해석으로 주목받는 젊은 피아니스트 헬게 크섹서스의 독주회가 열린다. 93년 베르겐 국제음악제에서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 뒤 기립박수를 받은 주인공. 현대작곡가 세베루드의 소품 6곡과 그리그의 발라드 g단조 등을 연주한다.

27일 같은 시간에는 ‘스티븐과 순미 이중주의 밤’이 열린다.

노르웨이 바랫 듀 음악원 음악감독 스티븐 바랫 듀와 파리음악원 출신인 한국인 정순미 부부의 비올라가 펼쳐보이는 사랑의 이중주다. 두사람은 노르웨이에서는 방송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음악부부.

22∼26일 오후2시, 4시 (22일은 4시공연만) 아홉 차례 공연되는 스웨덴 ‘소리없는 극단’의 ‘동물들이 얘기한다’는 라퐁텐의 우화 여섯편을 특유의 몸짓 언어로 표현하는 색다른 연극이다.

이어 28, 30일 7시반에는 핀란드 민속춤과 음악을 선보이는 청소년 민속공연단 타카무스가 무대에 오른다.

영화 여섯 편을 선보이는 ‘북구 영화제’ 행사도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계속된다. 상세한 프로그램은 인터넷 예술의전당 www.sac.or.kr 참조. 영화제 1회 티켓 5000원, 공연 1만원, 전시회 무료. 02-580-1300 (예술의전당)

▼스칸디나비아 예술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의 문화가 ‘정열’로 설명되고,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유럽의 문화가 내향적 성격과 논리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데 비해 북유럽 문화는 긴 겨울의 영향 때문인지 우울하며 섬세한 감수성이 엿보인다.

예술장르 중 북유럽이 가장 돋보인 분야는 연극. 18세기 ‘북유럽의 몰리에르’로 칭송받았던 덴마크의 홀베어가 북유럽연극의 중흥기를 열었고,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입센(1828∼1906)과 ‘아버지’의 작가인 스웨덴의 스트린드베리(1849∼1912)가 뒤를 이었다.

북유럽은 음악분야에서도 큰 공헌을 했다. 극음악 ‘페르 귄트’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그리그 (1843∼1907)가 섬세하고 따뜻한 선율로 스칸디나비아 국민주의 음악을 확립했고, 핀란드의 얀 시벨리우스(1865∼1957)는 장엄한 대자연을 관현악으로 정밀하게 묘사해 이름높다.

미술분야에서 노르웨이의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는 ‘절규’ 등의 작품에서 내면의 공포와 신경증을 강렬하게 묘사해 표현주의 회화 대표자로 인정받았다.

20세기 이후 북유럽 예술은 과거의 우수에서 탈피, 강건하면서 관능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스웨덴), ‘삐삐’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팝그룹 아바(〃) 등이 20세기에 명성을 날린 문화인물로 꼽힌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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