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 장편 당선작 '아스피린 두알' 송은일씨 시상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32회 여성동아 2000만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 결정됐다. 당선작은 송은일(36)의 ‘아스피린 두알’. 송씨는 11일 오후 동아일보사 충정로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오명 동아일보사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제목의 ‘아스피린’은 알려졌다시피 ‘소염 진통 해열’에 쓰이는 약. 염증과 통증이 있거나 열날 때 집어드는 알약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고통과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이 책의 내용을 이룬다. 치유방법으로 작가는 “같은 경험과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와 연대하라”고 충고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인사동 ‘단비출판사’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여대 동창 셋. 운동권 출신인 이들 모두가 ‘이십대의 한 부분이 움푹 파인’ 실패를 얼룩처럼 안고 산다.

실장 정완은 섣부른 결혼에 실패한 뒤 아이 하나를 키우며 여러 남자 사이를 방황하는 여인. 2년 후배인 소엽은 어린 시절 생모가 자살한 아픔 속에서 성장한 인물로 6년 동안이나 몰래 남의 남편과 관계를 지속하며 산다. 소엽과 동기인 상지는 공장 위장취업 중 윤간당한 뒤 약한 내면을 외면의 밝음 속에 감추고 있다.

“제게 어느 정도 친숙한 세계라고나 할까요. 사회 변혁에만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에 졸업 후 조직사회에 제대로 편입하지 못했어요. 잠시 몸담았던 곳이 출판사였고, 그곳의 경험이 작품 속에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송씨는 “80년대의 대학 4년은, 깊이 있는 생각을 가르치기는 했으되 세상으로 나가는 대책은 가르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면서 “그 시절을 함께 겪었기에, 주인공들은 마음 속의 구김을 함께 펴나가는 방법도 알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83학번인 작가는 대학 졸업후 ‘아이 하나 키우면서 글만 썼다’고 지난 10년을 회상했다. 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된 이후 장편 습작에 골몰했다.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성민엽씨(서울대 교수)는 “세 주인공의 상처가 사회적 근거를 갖고 있으며 설득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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