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절·하'방식 찬반논란도 뜨거워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하나의 교육문화적 현상이다. 이 책의 독자를 중심으로 ‘영어공부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저항이 생성되는 한편 반대여론도 만만찮다.

출판사가 1월말 개설한 홈페이지(http://www.dr-english.co.kr)의 ‘독자마당’은 여론의 1차 집결지. 스스로를 ‘영절하(‘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의 약어) 식구’로 부르며 책의 노하우를 자발적으로 전파하는데 열성인 이들 중 특히 주목해야할 그룹은 중고교생들이다.

‘영절하 방식으로 공부하려는데 영어를 한글로 계속 해석하려는 학교 영어수업방식이 방해된다. 수업료 안내고 안 듣고 싶다’ 등 이들의 의견은 대개 기존 교과수업 방식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다. 왜 유독 중고교생일까.

‘처음부터 주어니 동사니 하면서 배우지 않았고 특히 문법적으로 따지면서 배운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 건 학교에 가서 처음 배웠고…’(4월2일자 독자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 사설 교육기관에서 영어를 배운 이 세대에게는 회화 중심의 학습 방식과 전통적인 학교 영어수업의 괴리가 자기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마라’는 이들에게 저항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 준 셈.

그러나 ‘…하지마라’ 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이나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최근 교보문고 인터넷 독자서평(www.kyobo.co.kr)에서 ‘…하지마라’와 관련돼 최고의 조회수(360회)를 기록한 것은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가 쓴 ‘믿지 말기 바랍니다’였다. 책에서 주장하는 ‘모국어 수준’의 성취는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마라’는 교육공학적으로 그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 저자의 진솔한 경험담일 뿐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한국 영어교육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말았다.

밑바닥부터의 영어공부 방식의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조류일까. 4일 교육부는 ‘2001년부터 초중교생에게 영어수업을 영어로 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