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넓은 하늘 아래 나는 걸었네'

  • 입력 2000년 3월 14일 16시 43분


▼'넓은 하늘 아래 나는 걸었네' 김삼웅 지음/동방미디어 펴냄/312쪽 8000원▼

"저항! 얼마나 좋은 말인가. 모든 말이 다 늙어버려 노망을 하다가 죽게 된다 해도 아마 이 저항이라는 말만은 새파랗게 살아나고 또 살아나 영원의 젊은이로 남을 것이다. 아마 '맨 처음에 말씀이 있었다'하던 그 말씀은 바로 이 말 곧 저항이었을 것이다. 왜 그러냐고? 말씀은 근본이 저항이다."

참 지독한 말이다. '영원한 바보새(信天翁)' 함석헌선생의 저항에 대한 정의이다. 필자는 정말 이 말에 동의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저항한다는 것이라고 믿는다.

다가오는 총선 '유권자 무혈혁명'의 조짐이 보인다. 총선연대가 벌이는 낙천-낙선운동이 바로 그것. 이제야 19세기말의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의 '시민불복종'이 화제가 된 정치후진국.

일찍이 '곡필로 본 해방 50년' '친일정치 100년사' '해방후 양민학살사' '통일론 수난사' '왜곡과 진실의 역사'등 반골(反骨)의 책을 여러 권 써낸 김삼웅씨(현재 대한매일 주필)가 이번에 펴낸 책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광기와 방랑의 자유인 33인의 이야기-넓은 하늘아래 나는 걸었네'

아웃사이더, 이는 천박한 의미의 '왕따'와는 한참 다르다. 이들은 체제보다 반체제, 정통보다 이단, 합리보다 파격, 안일보다 고뇌, 안주보다 방랑, 관습보다 탈속이 주특기. 숲속 오두막에서 '홀로삶'을 실천한 소로, 시대의 불의를 난도질한 매월당 김시습, 도학에 침을 뱉고 자살한 이탁오, 반역을 꾀한 허균, 파문에 이어 추방을 당한 철학자 스피노자, 영원한 들사람 함석헌, 광기서린 화가 고흐등 고금을 통한 33인이 바로 이들이다.

권력이 한 세대를, 재력이 한 세기를 지키기 어려운 반면에 이들은 능히 수천년의 수명을 지니고 있는 까닭을 가슴에 되뇌여보자.

지은이는 세상의 높은 뜻을 품은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안일을 추구하되 안주하지는 마라. 껍질을 깨는 것을 두려워말라. 진정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알려면 그들에게 배우라고.

최영록<동아닷컴 기자>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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