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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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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별이 빛을 뿜고 사라져가면 그 빛은 훨씬 뒤에 우리 눈에 도달한다던가.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또 한 해가 지난 지금, 그와 작품을 기리는 마음은 더욱 뜨겁다.
4일 오전10시 전주 전북대에서는 추모 1주기 학술대회가 개최되고, 11일 오전10시 전주시 최명희 문학공원 내 묘역에서 추모식이 열릴 예정. 그의 생전에 결성된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유족과 함께 9일 오후7시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1주기 기념 ‘혼불의 밤’을 갖는다.
▼학술대회 추모식 잇달아▼
“친구 명희의 내면에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주위를 압도하는 사려깊음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어요. 사려깊음은 그가 10권의 대하소설을 써나가는 정신적 자양분이 됐고, 천진함은 그 긴 세월동안 주변의 사소한 일을 돌아보지 않고 작품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을 겁니다.”(이금림·방송작가)
“돌아가시기 불과 몇개월 전에 뵈었지요. 주변에서도 투병사실을 모를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지역사를 민속사적으로 치밀하게 정리하는 가운데 한 시대의 상황을 거대한 화폭에 떠올려낸 솜씨, 세기가 바뀌고 해가 거듭될 수록 오히려 그 가치는 더욱 선연히 빛날 거라고 생각해요.”(김용택·시인)
▼'90년대의 책 100選' 1위▼
‘90년대 최고의 문학적 성취’로 일컬어지는 ‘혼불’. 한 세기가 지나는 지금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최근 한 대형서점이 전문가 10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90년대의 책 100선’에서도 ‘혼불’은 21명의 추천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자연히 학술적인 재조명도 활발하다. 문학평론가 장일구는 이달 중 ‘혼불’의 첫 본격 비평서 ‘혼불읽기 문화읽기’를 한길사에서 펴낼 예정. 그는 특히 혼불의 서사구조에 주목, “혼불 서사의 본질은 사건의 추이를 전하는 데 있지 않고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내는 데 있다. 그 이야기 구조는 단선적이거나 시간적인 ‘플롯’개념을 벗어나 복합적인 공간적 구성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의 혼불은 누구에게 이어질까. 소설 속에서 주인공 효원은 시할머니 청암부인의 임종에 직면해 그의 넋을 빠져나가 훨훨 날아가는 ‘혼불’을 발견하고, 온 몸으로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청암부인의 뜻을 잇는다.
소설 ‘혼불’이 체현한 치밀한 시대성의 구현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다가오는 세계를 자신만의 장려한 대하소설에 담아낼 작가, 그 누구일지.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