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테너 보첼리 오페라무대 데뷔…관객들 큰 갈채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8시 37분


앞 못보는 테너의 오페라 무대 데뷔.

칸초네 ‘그대와 함께 떠나리(Time To Say Goodbye)’를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부른 이탈리아의 인기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오페라극장에 마스네 작곡 오페라 ‘베르테르’에 타이틀 롤로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보첼리는 ‘오페라 싱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앞을 못 보기 때문에 무대연기가 불가능했고, 목소리가 작은 탓에 ‘마이크용 가수’로 알려져온 것이 장애가 됐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성량을 키웠고 마침내 오페라 무대에 서게 됐다.

그의 소망이 이루어진 데는 디트로이트 오페라극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총감독 디키에라는 그에게 오페라 출연을 계속 설득했고 연출가 마리오 코라디는 무대구조를 단순하게 바꿔 보첼리가 ‘감각’만으로 방향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의 출연에 대한 평은 엇갈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첼리, 베르테르에서 길을 찾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첼리가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목소리의 매력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한편 현지의 ‘디트로이트 뉴스’는 “보첼리의 노래는 단조로왔으며 관현악 반주와 잘 맞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뉴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도 뒤 독자의 반론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

결국 나흘 뒤 “보첼리를 파바로티의 수준에 놓고 단순비교해서는 안되며, 그는 기대이상의 노래를 들려주었다”는 독자들의 반응을 내보내야 했다.

12세에 시력을 잃은 보첼리는 테너 프랑코 코렐리로부터 성악을 배운 뒤 94년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열린 ‘파바로티와 친구들’ 공연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96년 앨범 ‘로만차’로 빌보드 월드뮤직 부문 2위에 오르는 등 크로스오버 음반시장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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