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동포학자 통일회의]6명 주제발표 요지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1시 08분


▼경제-민간부문 교류 확대▼

냉전해체 이후 남북관계는 적대와 협력,갈등과 교류를 단속적으로 반복하는 관계로 바뀌었다.대립적인 이 두 측면은 현재 전자와 후자의 조합이 공존하는 가운데 완전히 후자로 옮겨가지 못한 ‘이행국면’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정부는 출범 초부터 협력 공존 평화를 중시하는 대북정책을 지향했다.금강산관광은 남한정부의 사전결정,현대그룹의 추진력,북한 최고당국자와 정부의 전격적인 결단 등 3자의 결합으로 가능했다.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성숙에 바탕한 현 정부의 정경분리 및 교류협력 우선정책은 지속돼야 한다.문제는 남과 북 모두 장기간 이중적 상황이 충돌하는 정경분리의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은 자본이 제공하는 단기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거시적으로 민족문제에 접근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경제 민간부문의 교류협력 확대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통합의 정도를 높여가면서 적대(敵對)상태의 완화를 통해 국가­당국 간의 관계개선으로 옮겨가야 한다.

정치적 대결과 경제적 교류협력,당국 간 긴장과 민간화해라는 불균등한 등식의 고착은 냉전이 해체된 시점에서 바람직한 관계구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명림<하버드옌칭연 연구교수>

▼분단원인은 외세의 간섭▼

자주 평화를 선결과제로 내세우지 않는 어떤 통일논의도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우리 민족이 분열된 동기와 민족 내부에 불신과 대결이 지속되는 근원을 따져볼 때 자주와 평화는 서로 불가분의 연관관계에 놓여있다.우리 민족의 분단이 내부원인이 아니라 외세의 지배와 간섭에 따른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못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냉전종식 이후 미국은 ‘세계유일 초대국’‘국제경찰’로 자처하면서 ‘인권옹호’의 간판 밑에서 다른 나라의 내정에 제 마음대로 간섭하고 있다.더욱이 이라크 사태 이후 유엔을 제쳐놓고 나토(NATO)를 내세워 코소보를 침략한 미국은 오만할대로 오만해졌다.

다음 차례는 바로 ‘조선반도’라고 하면서 우리 민족을 전쟁참화로 몰아넣으려는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지금 일부 사람들 가운데서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보다는 북남사이의 평화체제 수립이 더 중요하다거나 평화협정도 북남사이에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세가 정세를 의도적으로 긴장시키고 민족 내부의 호전세력들을 부추겨 동족 간의 대결을 조장하는 한 북과 남사이의 대결관계를 해소할 수는 없다.설사 평화를 확약한다고 해도 그렇다.

김만길<조국통일硏 책임감사>

▼신뢰-군축은 연결된 문제▼

남북의 뿌리깊은 적대감과 불신은 군축 및 군비통제를 저해해왔다.90년대에 지속적인 경제난을 겪은 북한과 ‘IMF위기’를 맞은 한국은 98년 군사비를 감축했지만 이는 증강을 잠시 연기하거나 새로운 질적 증강으로 대처한 것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군비통제 및 군축이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남북한이 기존의 비현실적인 선전과 정치공세 차원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정책의 변화를 실행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북한은 90년대 들어 주한미군의 주둔을 부분적으로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그러나 북한의 유일한 존립기반이자 정책수단인 군사력은 향후 개방에 성공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또 남북한이 처한 전략적인 환경을 감안할 때 군축 및 군비통제가 양자 간의 문제로 국한돼 처리되기는 어렵다.

남측이 강조하는 ‘신뢰구축’과 북측이 강조하는 ‘군축’은 선후(先後)의 문제 혹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남북관계의 현 상황에서 군비감축은 가장 유력한 신뢰구축 조치다.그러나 군사적 신뢰구축이 어려운 현재로서는 정치적 신뢰구축이,이 또한 어렵다면 간접적인 경제적 신뢰구축이 차선의 방안일 것이다.

함택영<경남대학교 교수>

▼통일문제 해결주체는 민족▼

우리나라 통일문제를 주체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은 통일문제 해결의 올바른 처방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이다.

우리 민족이 통일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서로 싸우게 된다면 외세의 군사개입의 구실을 줄 수 있으며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외세 뿐이다.코소보사태를 비롯 최근 국제적으로 벌어졌던 무력개입 사건들이 보여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북과 남의 통일정책 전개과정에서 남은 북과 정반대의 길로 나갔다.북은 조국통일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에 철저히 입각해 노력하고 있다.

북이 ‘하나의 민족,하나의 국가,두개 제도,두개 정부’의 대원칙에 따른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데 반해 남에서는 일방이 타방을 먹거나 흡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도통일’을 시종일관 고집하고 있다.현 당국이 햇볕이니 포용이니 운운하지만 이는 북의 ‘체제변화’를 유도하려는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남조선 현 정권에는 통일정책이라는 것도 없고 있다면 분열과 대결,상대방에 대한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노린 ‘대북정책’만이 있을 뿐이다.집권 2년이 다 돼도록 새로운 통일방안 하나 내놓지 못하는 데 실망을 금치 못한다.

원동연<북한 사회정치학회 부회장>

▼당사자간 평화협정 필요▼

지난 6월의 서해교전사태는 남북 간 무력충돌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되는 이유는 △기존 정전체제 대체 △동북아질서 재편 △통일과정 이행 △한민족 전체번영을 위한 경제부담 완화의 필요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관계 수립까지도 포함한다.한반도에서 구축돼야 할 평화도 이런 의미의 ‘적극적인 평화’이다.

이런 적극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당사자 간 협정 또는 조약체결이 필요하다.4자회담은 현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현실적 방법으로 보인다.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은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투영되는 국제적인 성격도 갖고 있으므로 주변국의 협력 확보는 물론 안정적인 지역안보 구도를 달성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한 이유는 ‘방안(方案)의 빈곤’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와 능력의 빈곤’ 때문이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남북의 평화구축 의지가 확고하고 이행능력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줄 때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얽힌 복합성도 줄여 나갈 수 있다.

이서항(李瑞恒)<외교안보연구원교수>

▼한반도문제 평화해결 남북 주체적 노력으로도 가능▼

북­미 간의 제네바핵합의나 최근 베를린 북­미 고위급회담의 미사일문제 잠정합의는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 현상을 상징한다.그러나 한반도문제의 해결이 남북한의 독자적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고는 볼 수는 없다.

양측 집권층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상호불신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 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주변 4강은 평화체제 구축의 ‘주체’가 아닌 ‘보조적 역할’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제네바합의 등으로 안보위협을 감소시키는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협상 실행과정에서 합의사항에 대한 해석 차이와 정치적 한계 등으로 갈등을 야기시켰다.

중국은 남북한 동시수교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직접 공헌할 수 있는 입장이다.일본도 북한과 국교정상화 협상을 재개한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한반도와의 역사,지정학적인 유대를 감안할 때 러시아의 역할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유지는 북­미 협상의 전개 및 합의사항의 성실한 실천에 달려있다.그러나 남북협상과 북­일 간의 협상없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불가능하다.

고병철(高秉喆)<미국 일리노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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