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2세들 "부모 후광 업고 상속인생 살기 싫다"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가업과는 상관없이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는 신세대가 늘고 있다. 부모가 공직에 몸담고 있거나 전문경영인 또는 순수 예술인인데 반해 자녀들은 첨단산업이나 벤처기업 또는 대중예술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김지하의 아들 김원보씨(26). 아버지의 정신적 고향이었던 시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았다. 고교시절부터 컴퓨터 게임과 만화에 매달렸고 인기 컴퓨터게임 ‘단군의 땅’ 시나리오작가로 참여했다. ‘단군의 땅’을 낸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은 “김씨가 본격적으로 게임시나리오 작품을 낼 때는 게임시장의 역사가바뀔것”이라고말할 정도.

고건(高建)서울시장의 장남 고진(高晋·38)씨는 행정전문가인 아버지와는 달리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전자공학박사학위를 받은 전문 엔지니어.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플레이어 개발로 올해초 정보통신부의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을 수상했다.

전통춤의 대가 조흥동씨(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의 아들 조용규씨(28)는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 전문가로 일하고 있고 8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박영하씨는 고 박두진시인의 아들이다. 또 가수 조관우는 판소리 명창 조통달씨의 아들.

그룹 ‘노바소닉’의 래퍼 김진표는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과 여성학자 고석주씨의 외아들. 록 그룹 ‘들국화’의 멤버 최성원의아버지는‘그리운 금강산’의작곡가최영섭씨.

MBC 드라마 ‘왕초’의 ‘맨발’역으로 인기를 끈 윤태영과 MBC ‘장미와 콩나물’의 한재석은 모두 전문 경영인의 자제. 윤태영의 아버지는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이고 한재석의 아버지는 전 기아자동차 사장.

배우 신현준 또한 예비역 해병대령인 모 기업체 사장의 외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연세대에 다니는 외아들이 배우가 된다고 나서자 ‘가업을 이으라’며 만류했으나 결국임권택감독을찾아 나서는등뒷바라지에나섰다.

단편영화 ‘베이비’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새로운 분야’ 부문에 진출했던 20대 감독 임필성은 검사인 아버지가 불법 비디오 테이프를 단속하면서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할리우드 영화의 비디오 테이프를 가져온 것이 계기가 돼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영화 ‘질주’의 주인공으로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싱어인 남상아는 언론사 고위간부인 아버지와 영문학박사인 어머니를 두었다.

‘삐삐밴드’의 보컬로 활동했던 가수 이윤정은 한나라당 이경재의원의 딸이다.

자녀가 자신의 뒤를 이어주기를 바랐던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이제는 소신껏 자기 길을 가는 자녀들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돼 있다. 세상에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문화부〉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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