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조용훈/ 뭉크그림 「별이 빛나는 밤」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은 푸르다. 빛에 놀라 어둠은 주춤한다. 대담하고 강렬한 별빛은 어둠의 접근을 절대 허락치 않을 것이다. 하늘은 푸르기만 할 것이고 지금 온통 푸르다. 청량한 바람 역시 푸른 빛이다. 그야말로 세상은 온통 푸르다. 별은 꽃처럼, 녹색의 수련처럼 하늘하늘 빛으로 유영한다. 실내등은 조명처럼 점화되어 어둠을 먼 곳까지 새하얗게 밝힌다.

20세기 들어 뭉크는 구설수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위험한 폭발물이었다. 폭행과 구속, 권총사고와 도피, 피해망상증과 정신치료, 그리고 휴양. 그의 심신은 탈진해 있었다. 급기야 병마는 그를 어두운 심연으로 내팽개쳤다. 표류했고 방랑했다. 그의 그림의 주제는 삶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었다. 그러나 뭉크는 집요하게 덤비는 병마와 고독을 정력적인 작품활동으로 극복했다.

‘별이 빛나는 밤’은 고통을 감내한 예술가의 면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 별처럼 빛나는 생. 하단부에 실루엣으로 처리된 그의 그림자는 별빛을 행복하게 응시하고 있지 않은가.

절망은 인간을 단련시킨다. 노신 역시 “절망도 희망이다. 절망은 오히려 마음의 좌절과 굴복에 지나지 않는다”(노신 산문 중 ‘야초(野草)’)라며 절망에서 솟구치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희망은 이처럼 푸른 빛이다.

조용훈(청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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