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행평가제 출발부터「낙제점」

  • 입력 1999년 5월 21일 19시 48분


교육부가 올해 1학기부터 고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도입한 수행평가제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수행평가제는 결과를 중시하는 기존의 학업평가 방식을 대폭 줄이고 실험실습, 과제물, 서술 및 구술평가 등 학습과정 전반을 평가해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하는 제도.

그러나 교사 한명이 가르치는 학생의 수가 많고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이 어려워 현재 대부분의 고교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S고의 경우 1학년 12과목 가운데 담당교사가 수행평가 계획서를 제출한 과목은 한 과목도 없는 실정. 1학기가 절반이상 지났지만 시행은커녕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 학교는 최근 실시한 중간고사에서 30%를 차지하는 주관식 문항을 1학년의 경우 답안의 분량을 조금 길게 쓰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것으로 수행평가를 대체했다.

서울 B고에서도 현재까지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가 실시되는 과목은 예체능 과학 가정 등 실기나 실험 실습이 가능한 과목에 그치고 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고교에서 아직 수행평가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평가 기준만 마련했을 뿐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행평가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자 교육부는 5월초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수행평가는 학교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라”는 내용의 훈령을 보냈다.

수행평가 점수를 전체 성적 가운데 30% 정도 반영해 중간 기말고사 점수와 합산해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권장한 당초 교육부안(案)에서 크게 후퇴한 것.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가 처음부터 구체적인 지침과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수행평가제를 졸속으로 도입했다”며 “이제 와서 발을 빼려면 애초 무리하게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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