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입력 1999년 5월 19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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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김경일 지음 바다출판사 327쪽 8,000원★

우리는 유교문화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운가? 우리 사회의 내면에 도도히 흐르는 유교문화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까?

유교문화에 대한 권위와 위선에 대한 6백년만의 `자유선언`이라고 불리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튀는 제목의 책이 나와 유교계의 큰 반발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지은이 김경일씨는 10살때부터 한자와 붓글씨를 배웠고, 국민대 한문학과와 대학원을 나왔다.90년 한국인으론 처음 갑골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명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교수는 유교의 기원에 대해 “고대 은나라에 조갑이라는 인물이 형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조상을 신성화하고, 그에 따라 족보를 뜯어고친다”며 “은나라가 멸망하고 주나라가 들어선 뒤에도 제사를 집행했던 유(儒)계급은 살아남아 위정자들의 지배를 영구화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내게 되는데, 그 儒계급의 후예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공자”라고 말한다.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를 위한, 남성을 위한, 어른을 위한, 심지어 주검을 위한 도덕이라 역설한다. 이로 인해 사농공상으로 대표되는 신분사회, 토론 부재를 낳은 가부장의식, 위선을 부추기는 군자의 논리, 끼리끼리의 협잡을 부르는 혈연적 폐쇄성과 그로 인한 분열, 여성차별을 부른 남성우월 의식, 스승의 권위 강조로 인한 창의성 말살 교육의 문제점등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작금의 지역주의에 대해선 신라계의 YS, 마한계의 DJ, 백제계의 JP(JP와 DJ의 경우는 DNA검사라도 해야할 판)가 보여주는 성격적 특성과 정치적 태도,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동네 사람들의 화해 역시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못박는다.

‘민족주의’에 대해선, 척화비 주인공 대원군이 승리했는가? 사대부들이 일제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막았는가? 해방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는가? 남북을 이어놓았는가? 전쟁을 막았는가?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는가? 투명하고 건강한 경제구조를 만들어 놓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지며, 패쇄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정서가 오늘의 이 사회에 공헌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20세기 마지막 봄을 맞으며 홀가분하고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각각의 개개인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 유교적 허세문화에서 벗어난 맑은 삶의 길을 찾길 기대한다. 그래서 제기한 것이 깨끗함(clean) 신용(credit) 야무짐(compact)의 3S. 그래서 이 책은 요즘 우리 사회가 원하는 ‘新지식인’의 단서를 제공한다.

한편 精文硏 한상진원장은 최근 “기본을 세우자는 제2건국 운동정신에서 ‘기본’의 본질은 전통 유교에서 찾을 수 있다”며 “유교는 고루한 사상이 아닌 21세기 아시아를 이끌 가치체계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

저자는 ‘설문해자와 성형문 연구’‘갑골문을 통한 조상숭배의식 연구’등의 20여편의 논문과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중국 문화의 이해’등의 저서가 있다.

김진호〈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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