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게르마늄의 밤」

  • 입력 1999년 5월 19일 09시 18분


▼「게르마늄의 밤」하나무라 만게츠 지음 씨앤씨미디어 펴냄 220쪽 7,000원▼

이 책의 소재는 수도원에서의 수간, 난교, 동성애, 구강성교 등이다. 이런 소재의 책은 모두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예 보지 않는 편이 낫다. 또한 이런 소재를 특별히 선호하는 사람도 아마 보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하다.

이 책에서 성적인 소재들은 모두 단순한 소재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그 소재들은 수도원이라는 공간의 이중성을 폭로하기에 적당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모든 소재들은 아주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수퇘지들끼리 흘레붙는 장면은, 돼지라는 소재를 아주 낯선 것으로 바꾼다.식용으로서의 돼지나, 가축으로서의 돼지가 아니라, 생식을 하는 하나의 동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돼지에서 다른 모든 소재로 옮겨간다.

이 소설의 무대는 동경 근교에 있는 수도원이다. 주인공인 청년 로우는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고 이전에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곳 수도원으로 피신한다.

로우를 수도원에 머물게 해주는 조건으로 원장신부는 구강성교를 요구한다. 구강성교를 하는 원장신부는 더이상 종교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갖지 않는다. 작가는 원장신부를 억압된 성욕의 소유자로 낯설게 나타낸다.

또한 주인공 로우의 행동에는 특별한 도덕적이거나 반도덕적 이유가 없다. 아예 도덕이라는 잣대 자체가 없다.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고 반복적으로 섹스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주인공의 생각을 빌어 무연하게 서술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성교와 마찬가지로 반복이 기도의 쾌감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쾌감의 본질은 반복이다. 기도와 성행위가 바로 그런 점에서 하나로 결합될 수 있다."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을 좋아하는 사람, 종교적 신념을 희석시키고 싶은 사람, 기존의 질서들을 무찌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신나게 읽히는 책이다.단, 전혀 에로틱하지는 않다.

이람<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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