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드라마「왕과비」,『수양대군은 왕위 강제찬탈』

  • 입력 1999년 1월 31일 20시 52분


국사학자들은 KBS ‘왕과 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조선사를 연구하는 국사학과 교수 10명을 무작위로 선정, 의견을 들어보았다.

▽계유정난과 수양대군 집권의 성격〓10명가운데 7명이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계유정난과 수양대군의 집권은 명백한 쿠데타이며 왕위 찬탈이라고 답변했다.

국사편찬위원회 편찬위원인 김태영 경희대교수는 “수양대군은 권력욕때문에 많은 사람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다”며 “그런 명백한 사실을 방송에서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현구 고려대교수도 “계유정난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평가가 가능하지만 수양의 집권은 쿠데타”라고 설명했다.

‘왕과 비’는 계유정난과 수양대군의 집권을 날로 강대해져 국가를 위협했던 신권(臣權)에 맞선 왕권(王權)의 확립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견해를 들어보자.

“계유정난 자체를 왕권과 신권의 대립구도로 보는 것은 비약이다. 분명 당시의 왕권은 단종이었다. 또 신권이 왕권과 대립항을 이룰 정도로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박광용 가톨릭대교수)

“신권과 왕권의 대립구도로 볼 수도 있다.어쨌든 수양이 왕권강화를 이유로 권력투쟁에 뛰어든 것은 분명하니까.그러나 수양은 신하들의 분열을 가다듬고 단종을 보필하는데 그쳐야 했던 윤리적인 선을 넘어섰다.”(김준석 연세대교수)

▽김종서와 황보인은 왕위를 넘보았나〓교수 10명중 7명은 ‘왕과 비’에서 김종서, 황보인이 안평대군과 역모를 꾸몄다고 묘사된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황보인과 김종서를 신권 강화론자로 몰고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선시대는 엄연한 문민정부였다.”(구완회 대구세명대교수)

“왕실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두려운 존재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그러나 이들은 왕권에 대한 도전의사는 없었던 충신들이다.”(원영환 강원대교수)

“당시 수양에게 김종서의 위세는 위력적이었을 것이다. 김종서가 실제로 권력을 전횡한 면도 있었다.”(이성무 정신문화연구원교수)

‘왕과 비’가 기본 바탕을 두고 있는 사료중의 하나는 조선왕조실록. 그러나 교수들은 10명 모두 “조선왕조실록 가운데서도 특히 세조와 단종 실록은 집권자의 입장에서 쓴 것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희경·김갑식·이승헌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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