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인요한 의원직 사퇴…“계엄후 이어지는 불행 극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0일 12시 42분


“진영논리 정치가 국민 힘들게 해”
지도부 만류에도 사퇴 의사 안 꺾어
주변 “與 독주에 무력감 많이 토로”
이소희 변호사, 비례대표 의원 승계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인요한 의원이 10일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지고 있는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저는 지난 1년 반 동안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직을 떠나 본업에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인 의원은 정치권을 향해서는 “오직 진영 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흑백논리와 진영 논리는 벗어나야지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인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으나, 인 의원의 뜻이 완강했다고 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끝까지 함께 싸워나가자며 만류했지만, 인 의원의 뜻이 워낙 확고했다”며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빠져 소수야당을 존중하지 않고 국민을 힘들게 만드는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는 ‘이것이 과연 국회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남기고 있어 인 의원의 고뇌에 깊이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희생 없이 변화 없다. 나 자신부터 내려놓겠다’라고 하며 스스로 물러나는 인 의원의 모습에서 이 시대 마지막 선비의 기개와 지조를 보았다”며 “우리 인 의원은 130년 전 외증조부 유진 벨 선교사께서 이 땅에 오신 이래,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 4대째 헌신하고 희생하신 진정한 명문가다”라고 강조했다.

인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변 인사들에게 정치권에 대한 회의감을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의원 측 인사는 “민주당의 독주가 이어지는데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상황에 대해 토로를 많이 했었다”며 “민주당과 싸움에서 무기력감을 느꼈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 등을 지낸 인 의원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 8번을 공천받아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앞서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인 의원은 혁신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말씀 중 깊이 생각한 것이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라며 “(당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 의원은 한동훈 대표 체제 때는 선출직 최고위원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정갈등이 심화하자 중재 아이디어를 내고,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과 의료계 간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알려진 인 의원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5대째 한국에 살고 있다. 1980년 연세대 의대 재학 중이던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군과 외신기자들 사이의 통역을 맡았다. 1992년 ‘한국형 구급차’를 직접 설계 제작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자 1호가 된 바 있다.

한편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에 따라 19번을 받았던 이소희 변호사가 인 의원의 후임으로 의원직을 승계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세종시의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민의힘#인요한#의원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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