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극 메카」 산울림, 명무대시리즈 마련

입력 1999-01-19 20:04수정 2009-09-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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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어두컴컴한 객석 한가운데 작은 테이블앞에 조그만 갓등이 켜져 있고 연출가이자 극장 산울림의 대표인 임영웅씨(65)가 무언가 쓰고 있다.

산울림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명무대 시리즈중 하나인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리허설 현장. 임씨는 주연 박정자씨와 우현주씨에게 연기 주문을 하다가 내친 김에 무대로 나선다.

“막판에 뚝심을 잃지 말어.”

육순을 훨씬 넘겼지만 목소리나 표정이 청년같다.

그가 이끄는 산울림 극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산울림 결성 ‘강령’은 ‘좋은 연극을 열심히 하고 싶어서’.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30년간 ‘산울림표’의 이미지를 쌓아온 보루다.

그가 말하는 좋은 연극은 인생이 스며나오는 무대, 나아가 관객과 사회에 영향을 주는 무대다. ‘열심히’는 완성도의 문제. 임씨가 열번씩이나 연출한 ‘고도를 기다리며’가 ‘산울림 강령’의 대표작이다.

산울림은 여성의 삶을 조명한 연극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위기의 여자’‘딸에게 보내는 편지’‘그대 아직 꿈꾸는가’ 등이 그런 작품들. ‘엄마는 오십에…’도 마찬가지다.

‘여성 연극’에 초점을 맞춘 까닭.

관객이 연극을 외면하던 80년대는 연극의 위기였다. 임씨는 “그렇다면 여대생 시절 연극을 보러 다녔던 중년 여성의 자아를 일깨우는 연극을 해보자”는 기획을 세웠다. 86년 첫 시도로 부인 오증자씨가 번역 각색한 ‘위기의 여자’를 무대에 올렸고 ‘히트’했다. 그리고 일련의 여성 연극이 이어졌다.

산울림극장은 임씨가 85년 사재를 털어 만든 전용 극장이다. 그가 꿈꿔온 프로듀서 시스템의 산실. 극단의 재정적 예술적 책임을 모두 책임진다는 의미에서다.

산울림이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정통 연극을 꾸준히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임씨의 뚝심과 소신 덕분이다.

“오락성이 짙은 연극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런 작품이 얼마나 치밀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느냐를 묻고 싶습니다.”

‘엄마는 오십에…’는 박정자씨가 주연을 맡아 91년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프랑스작가 드니즈 살렘의 원작으로 모녀간의 애증이 주제. 21일∼3월28일 화 목 오후7시, 수 금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3시(월 쉼)공연된다.

올해 산울림의 명무대 시리즈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3월·윤석화)‘위기의 여자’(9월·손숙)‘고도를 기다리며’(11월)로 이어질 예정. 02―334―5915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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