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스승손때 묻은책 제자에 물려주기 행사

  • 입력 1998년 9월 2일 19시 39분


“스승의 책을 읽으며 용돈도 절약하고 사제간의 정(情)도 새깁니다.”

7일부터 3일간 서울대에서 교수들의 책을 제자들에게 물려주는 ‘책 나눔의 장터(Book Fair)’가 열린다.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때문에 전공서적을 마련하는 것조차 힘겨워진 제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던 스승들은 소장하고 있던 책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손때묻은 책을 제자들에게 물려주어 사제간의 정도 도탑게 하자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희귀서적도 다수 선보이게 되며 최신 전공서적, 저자의 자필서명이 담긴 교양저서 소설류도 나와있다. 교수들이 ‘거저’ 내놓은 책들은 한권에 3백원에서 1천원 사이의 값으로 팔린다. 수익금은 행사운영비로 충당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스승의 책을 제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행사인 셈.

40여명의 서울대 교수들은 모두 3천여권의 소장도서를 내놓았으며 연구소 등에서도 7천8백여권의 책을 기증해 모두 1만3천여권의 책이 진열대에 오르게 된다.

사회대 김신행(金信行)교수는 60년대 미국 유학시절부터 보관하던 경제관련 서적 등 무려 1천2백여권의 책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정년퇴임한 전 경제학과 강명규(姜命圭)교수 등 퇴직교수들도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제자들에게 수백권의 책을 남겼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사회대도서관 김광억(金光億)관장은 “외국대학에서는 스승의 책을 물려주는 예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행사가 열린 것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는 1년에 한 두차례씩 ‘책 물려주기’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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