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지방 사투리사전 나온다…김인기씨 10년간 작업

  • 입력 1998년 5월 2일 08시 49분


‘어멍이’ ‘을신내’ ‘소디끼’….

강원 강릉지방 사투리사전이 나온다.

강릉시 상수도관리사업소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김인기(金仁起·50)씨는 88년부터 산골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7천여개의 강릉사투리를 수집, 이달에 해설과 함께 6백쪽 분량의 강릉사투리사전(한림출판사)을 펴낸다.

“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부산친구들한테 놀러가서 강릉사투리를 썼더니 배꼽을 움켜잡고 날더러 북한에서 왔느냐고 놀려대더만요. 잘 간추리면 이야기가 되겠다 싶었지요.”

김씨는 강릉 토박이 주민들이 사투리로 인해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건방지다고 오해받는 경우도 많아 이를 풀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투리를 큰갈래로 나누면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평안도 함경도 제주도 사투리 등 대략 6가지.

그러나 강원도 강릉은 태백산맥으로 가로막힌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별개의 사투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본의아니게 오해를 많이 받는 경우가 흔하다.

강릉 본토박이 김 모씨(46·사업)와 권 모씨(46·공무원)는 군대에서 강릉사투리를 무심코 쓰다 상사한테 많이 맞았다고 회고했다.

이같은 일은 강릉사람의 경우, 존대어를 구사하는데 다른지역사람들은 반말투로 인식하기 때문.

“내가 그래잖소”라는 말은 강릉에서 ‘내가 그랬어요’라는 존대어로 흔히 쓰이는 말인데 다른지역에서는 시비조의 반말투로 인식하기 쉬운말.

‘그래짱가’라는 말은 부모 한테도 쓰는 말로 ‘그랬다고 합니다’라는 뜻.

어머니를 어멍이, 어르신을 을신내로 부르는 강릉사투리는 얼핏보면 함경도와 경상도말이 뒤섞여있는 듯한 느낌을 주나 억양자체가 약간 건조해 다른지역 사람에게는 건방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강릉사투리 사전에는 누룽지를 소디끼(솥의 이끼라는 뜻)라고 칭하는 등 다른지역 사람에게 생소한 이 지역 사투리를 수록, 강릉사투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강릉〓경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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