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영아 매매]『미혼모아이 수백만원에 거래』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영아매매 의혹을 사고 있는 서울 N산부인과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기자와 만나 “의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원장부인이 평소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관리했다가 미혼모가 낳은 영아를 남편 몰래 수백만원의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고 폭로했다.

원장부인 N씨는 평소 임신 7개월 이상인 상태에서 중절수술을 하러 오는 미혼모들에게 ‘도와주겠다’고 한 뒤 1백만원 가량을 받고 중절수술을 해줬으며 ‘원치 않게’ 태어난 아기는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직접 키우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넘겼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입양희망자들은 주로 30대 후반의 여성이었으며 여아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입양희망자들이 전화로 입양의사를 밝혀오면 N씨는 수첩에 암호를 표시한 뒤 적당한 영아가 생기면 아이를 넘기곤 했다는 것. 평균 한 달에 한 건 정도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사람들이 이 병원에서 아이를 사가는 것은 공식 입양기관을 통할 경우 입양 자격이 까다로운데다 입양 후에도 양육 과정에서 감독을 받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와 청소부 등 병원관계자들은 대부분 N씨의 이같은 ‘영아거래’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두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원장부인이 영아가 어디로 팔려갔는지 고동색 수첩에 기록해 뒀기 때문에 현재 영아들이 어느 가정에 입양됐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26일오전 이 병원을 직접 찾아갔다.

간호사를 통해 “갓난애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자 N씨는 처음에는 “우리는 애를 사고 파는 일은 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가 사산했는데 애가 죽은 줄 모르고 보여달라고 난리다. 꼭 애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태도를 바꿔 “그렇다면 애를 구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N씨는 또 “오늘 아침에 애를 한 명 넘겼는데 조금만 일찍 왔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아쉬워했다.

〈윤상호·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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