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삼국시대 사람들은…」,삼국사 쉽게 풀어써

  • 입력 1998년 3월 20일 07시 53분


‘지증왕은 성기(性器)의 길이가 한 자 다섯 치나 되어 배필을구하기 어려웠다.…배필을 구하러 떠난 사자가 하루는 동로수라는 나무 아래에서 개 두 마리가 북만한 크기의 똥덩어리를 양쪽에서 물고 다투는 것을 보았다. 이에, 누가 눈 똥인가를 수소문해 그를 왕후로 맞았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이 이야기는 한낱 은밀한 우스갯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왕과 왕비의 성기가 유난히 컸음을 강조한 데에는 그럴 만한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 고대인들의 신앙과 숭배의 대상이었던 성기의 과대함을 내세워 자신들의 세력과 힘을 과시하려 한 ‘공작(工作)’의 혐의가 짙다.

당시 정상적으로 왕위를 계승하지 못해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했던 지증왕. 그는 이처럼 효과적인 정치적 정지작업을 통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다.

청년사에서 펴낸 ‘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마치 모래밭에서 사금을 캐듯 민중들의 일상적인 삶에 깃들인 역사적 의미를 건져낸 생활사다. ‘인간 자신’이 매몰돼 버린 그간의 제도사 정치사에서 역사를 일구어온 사람들의 삶을 복원했다.

고대인들의 배설물에서 그들의 ‘밥상’을 다시 차려 내놓는가 하면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컵에서 저 멀리 서역인들과 교역하던 옛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옛날 신라 귀족들이 술을 마실 때 참나무로 만든 주사위를 던지며 한껏 흥을 돋운 걸 아는가. 주사위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스스로 노래 부르고 스스로 마시기’ ‘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등등. 예나 지금이나 술꾼은 술꾼이었다.

젊은 사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역사연구회. 이제 역사는 더 이상 사학자들의 전유물일 수 없고 또 학자들이 더 이상 역사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이 책을 냈다. 더러는 소설적 기법을 가미하고 더러는 강의형식을 빌려 술술 읽힌다.

조선과 고려조에 이은,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의 완결편.

흔히 고대사는 현대인들에게 ‘숨이 끊어진’, 죽은 역사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현안인 계층간 갈등이 원시사회에서 고대사회로 넘어가면서 싹이 텄다는 역사적 사실의 확인에서 보듯, 이 책은 ‘아, 고대사는 바로 현재 역사의 시작이었구나!’라는 일깨움을 준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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