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결혼행진곡③]톡톡튀는 허니문『실속은 기본』

  • 입력 1998년 3월 17일 2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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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신랑 신부 둘만이 떠나는 허니문. IMF한파가 거세다지만 신혼여행은 떠나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허니문인 탓에 실수도 자주 일어나게 마련. 결혼 1년인 문대영(30·㈜정보시대) 양유리씨(27·경기 평촌) 부부. 태국의 한 호텔에 들어간 문씨는 무덤덤한 성격 탓에 침대 위에 뿌려진 장미 꽃잎을 『왜 이렇게 지저분해』라며 다 치워버렸다. 문씨가 신부에게 밤새도록 무드 없다고 「깨진」것은 불보듯 환하다.

허니문을 떠나는 신랑 신부로 붐비는 주말 공항. 공항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말도 마세요. 화려하게 장식한 웨딩카에서 내린 말쑥한 신랑 신부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일이 꼭 생겨요. 여권이나 항공권을 집에 놓고 오거나 비자 만료가 된 여권을 들고 오는 커플도 있으니까요.』

친구들과의 뒤풀이에 시달려 머리 끝까지 술취한 신랑이 비행기 화장실에서 연방 토하고 신부는 어쩔 줄 몰라하는 광경도 종종 벌어진다.

요즘 허니문 여행가방에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으로 콘돔이나 피임약이 꼽힌다. 「신혼은 길게, 아이는 21세기에!」라고 주장하는 신혼부부가 부쩍 늘었기 때문.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첫날밤 피임. 그것도 「콘돔」이라니….

국내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제주 무주 설악산에 있는 호텔 카운터 앞에는 밤마다 「콘돔을 찾아 헤매는」 커플들이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것도 밤늦게 구하려고.

지난해 11월 결혼해 신촌 이화여대 앞에 커피숍 「미스터커피」를 차린 이석제(29·서울 대현동) 김규희씨(27)부부. 만난 지 5개월 11일만에 초스피드로 결혼한 두 사람은 『천천히 아이를 갖자』고 약속했지만 결국 실패. 「설마 신혼여행중에…」라고 방심한 김씨는 현재 임신 4개월. 바로 신세대 부부들이 두려워하는 「허니문 베이비」다.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준비물. 캠코더. 비디오카메라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맹세와 첫 경험(?)의 추억을 담는다나. 최근 결혼한 L(29·S증권) J씨(28·서울 서초동)는 『히힛, 요즘 결혼하는 친구들은 다 첫날밤을 비디오에 담아요. 훗날 부부간에 애정이 식을때마다 비디오를 보며 그때의 기억을 생생히 되살릴 수 있죠』 당찬 한마디.

실속파는 여행사의 「신혼여행 패키지」를 싫어한다. 여행경비도 줄이고 둘만의 개성있는 허니문을 즐기려는 의도. 전국을 일주하는 마이카 신혼여행.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쉬고 싶은 곳에서 쉬고…. 아예 등산배낭을 메고 울릉도 지리산 등지로 정처없이 떠나기도 한다. 해외에도 청바지입고 배낭여행을 떠난다.

신세대의 허니문은 「어디로 가느냐」에서 「어떻게 보내느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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