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서 담은 「토종 피아노교본」 나왔다

입력 1998-03-10 08:12수정 2009-09-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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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독특한 감성을 건반에 실은 한국적 피아노교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 음악연구소(소장 장혜원)가 ‘개인 및 그룹지도를 위한 피아노입문’(금호문화)을 내놓았고 피아노 전문교사 이은화도 ‘꼬마손 피아노교본’(세광음악출판사)을 이달말 출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피아노 보급률은 16%. 전국의 피아노 학원만 10만곳을 넘는다. 구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음악열이다. 그러나 몇년동안 피아노를 배워도 귀에 익은 노래에 반주 하나 붙일 수 없는 현실이다. ‘장래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어린이는 많지만 이름난 내한연주가의 콘서트도 빈자리를 채우기가 힘들다. 이유가 뭘까.

음악인들은 “기존의 피아노 교재가 듣고치기(청음) 등 음악성 전반은커녕 음악사랑의 마음도 길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수십년동안 바이엘, 체르니 등 독일 낭만파시대의 피아노교재가 이 땅의 초급 피아노교육을 장악해왔지만, 이 교재들은 지나치게 손가락 기술을 강조하는데다 특정한 시대와 지역의 음악관에만 편중해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80년대 이후에는 알프레드, 베스틴 등 미국에서 만들어진 새 교재가 바이엘, 체르니의 결함을 메워주는 ‘비결’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 교재들은 악보읽기 리듬감교육 반주넣기 등 음악의 다양한 능력을 길러주면서 지루함을 덜어주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음악성에 맞게 개발되어 우리의 감수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손가락 연습의 측면에도 미비한 점이 지적됐다. 이화여대 음악연구소가 만든 ‘개인 및 그룹지도를 위한 피아노입문’은 금호그룹의 지원을 받아 1년간의 연구끝에 펴낸 산학협동의 결실. 로열티 유출이 국가적 관심사로 떠오른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예견한 듯 때맞춰 발간됐다. 일선 학원교사들이 그룹이나 개인지도형태로 교육할 수 있도록 꾸몄다. 연습곡의 원형도 한국민요 고전명곡 영화음악 등 다양하다. 만 열살 이상이면 혼자서도 연습해나가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피아노 테크닉뿐만 아니라 악보읽기 반주붙이기 즉흥연주 앙상블 등 다양한 음악적 체험을 쉽게 성취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장점. 새학기부터 이화여대음대 부전공 교재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은화의 ‘꼬마손 피아노교본’은 이름그대로 아주 어린나이에 시작할 수 있는 교재. 알프레드 교본처럼 글을 못 읽는 어린이들도 동물그림 등 상징물을 보며 재미있게 따라 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쉽게 대할 수 있는 선율로 가득찼다는 데서 이 교본은 알프레드와 다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등 재미있고 친근한 선율을 따라치면서 아이들은 피아노가 멀리 있는 악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기존 교재가 어린이의 작은 손에 무리한 건반짚기를 강요하던 것도 이 교재에서는 크게 개선됐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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