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요리/해물철판구이]『맛은 기본 화목은 덤』

  • 입력 1998년 2월 11일 21시 02분


유비에스증권 김상현부장(39·서울 방화동)은 일요일에도 출근하기 일쑤인 요즘 모처럼 짬을 냈다. 수연(9) 수민(7) 낙형(5) 세남매와 아내 심혜경씨(36)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 위해. 알고 보면 그는 대학시절 자취로 실력을 닦은 요리전문가. 겨울엔 꽃게탕, 여름엔 콩국수가 전문이다. 오늘의 메뉴는 해산물 철판구이. 신선한 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해 먹기 때문에 음식맛과 영양이 한층 뛰어나다. 김씨 부부가 30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당산동 수협수산물백화점. 다섯식구 먹을 분량으로 대하 20마리, 조개관자 20개, 오징어 1마리를 샀다. 냉동 대하는 10마리에 8천원. 조개관자는 1백g(8개 정도)에 3천3백원, 오징어는 1마리에 1천원. “새우는 투명하고 껍질이 단단하고 몸이 꼿꼿한 게 신선하대요.”(아내) “이건 냉동된 거잖아. 냉동새우는 껍질이 건조하고 붉은 갈색이 도는 것만 안 사면 돼.”(남편) 김씨 부부는 조개관자와 오징어도 투명하고 탄력이 있는 것을 골랐다. 집에 오니 아빠가 요리한다는 말에 신난 수연이는 자기도 달걀프라이를 만들겠다고 난리. 부부는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재료손질을 시작한다. 대하는 머리를 떼고 껍질을 벗긴다음 등을 구부려 이쑤시개를 넣고 내장을 잡아 뺀다. 또 익기 쉽게 반으로 갈라놓는다. 오징어는 굵은 소금을 한 움큼 뿌려 비벼주자 껍질이 죽 벗겨진다. 김씨가 조개관자와 오징어를 먹기 좋을 정도로 잘라 놓는 사이 아내는 소스를 만든다. 고기에는 겨자소스가 어울리지만 해산물에는 초양념간장이 제격. 식초 8스푼, 간장 8스푼, 설탕 8스푼, 생수 2스푼, 레몬 2분의1개의 즙을 섞은 소스에 다시마 우려낸 물을 붓는다. 자, 이제 드디어 아빠의 요리솜씨를 보여줄 시간. 식탁 위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올려놓고 철판 대용인 프라이팬을 올려놓자 아이들이 벌써 몰려든다. 철판구이 요리는 재료를 따로 따로 굽는 것이 포인트. 팬을 센불로 달군 뒤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차례대로 익힌다. 너무 많이 익히면 질겨지므로 중불에서 노릇노릇해질 정도로만 굽는다. 마늘도 썰어 연한 갈색이 되도록 살짝 굽고 소금을 약간 곁들이면 일품이다. 음, 침이 꼴깍 넘어가도록 구수한 냄새. 2,3분 정도 굽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 대하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접시에 담았다. 따끈따끈한 대하. 찔 때처럼 팍팍하지 않고 아작아작 씹히는데다 짭짜름한 맛에 레몬의 산뜻함이 더해졌다. “조개관자가 참 쫄깃쫄깃해.” “아빠가 해주니까 더 맛있다.” 한마디씩 떠드는 아이들에겐 우유 한잔씩 따라주고 김씨부부는 포도주를 한잔씩 마시면서 오랜만에 분위기를 내본다. “정말 호텔요리가 따로 없네요.” 아내는 남편이 자랑스러운 듯 쳐다본다. (도움말〓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의 철판구이코너 조리장 이형수씨)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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