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원형 史蹟 약현성당,부랑자가 방화 소실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1892년에 지어진 국내 첫 고딕건물로 명동성당의 원형(原型)이 된 서울 약현성당(사적 252호)이 부랑자의 방화 때문에 어이없이 소실됐다. 11일 오전 9시15분경 서울 중구 중림동 천주교 약현성당 본당에 불이 나 건물 첨탑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1백20여평의 본당 내부가 모두 탄 뒤 1시간만에 꺼졌다. 이날 불은 성당 본당건물내에 몰래 들어간 장양근(張兩根·33·무직)씨가 라이터로 건물내에 있던 방석 3개와 커튼에 불을 붙여 일어났다. 장씨는 경찰에서 “약현성당을 보는 순간 내가 다니는 교회보다 규모가 너무 큰 것에 화가 나 불을 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씨가 약물중독증세를 보이며 횡설수설하고 있어 약물검사와 정신질환 검사를 의뢰했다. 약현성당 본당건물은 1892년 조선교구 부주교였던 프랑스인 코스테 신부가 설계감리를 맡고 중국인 벽돌공과 한국인 인부가 지은 국내 최초의 고딕식 건물. 6년뒤 완공된 명동성당도 이 건물을 본떠 지은 것으로 현재 건물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돼있다. 하루 3번씩 타종되고 있는 건물내 종 또한 프랑스에서 제작돼 1893년3월에 들여온 최초의 서양식 종으로 무게가 4백42㎏에 이른다. 첨탑 아랫부분에 있던 이 종은 다행히 외부만 그을렸을뿐 큰 손상은 입지 않았다. 〈이현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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