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미술심사평]윤범모/인문학지식-기호학원용 참신

  • 입력 1998년 1월 16일 20시 13분


모두 10편의 응모작을 정독했다. 그 가운데 몇 편은 미술비평부문에 적합하지 않은 글도 있었다. 예컨대 무슨 현대미술론 강좌의 리포트 같은 주제와 형식 그리고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비평가적 문제의식이 희박했다. 하기야 기성 평단에서도 글자 그대로의 비평활동을 대하기가 쉽지 않은 풍토이다. 안일한 자세에서의 해설 수준, 특히 찬사 일변도의 이른바 주례사가 난무하는 기성 평단의 부정적 요소를 신인이 답습할 이유는 없다. 이는 국내의 미술상황이나 작가론의 경우에도 흡사했다. 신인에게 거는 기대는 잠재력과 함께 날카로운 비평의식이다. 응모작 가운데 ‘한국 현대도예의 조각화에 대하여’는 주제설정에 호감이 갔으나 지나치게 원론적 수준에 머무른 감이 있어 아쉬웠다. 좀더 구체적으로 작가나 작품을 거론했으면 좋았겠다. 이같은 지적은 ‘일원론으로 만나는 현대구상미술과 한국성’이란 글에도 함께 적용된다. 근래 한국성(韓國性)이란 어휘는 정체성(正體性) 등과 더불어 우리 미술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선택된 주제는 시의적절했으나 역시 지나치게 원론 수준에 머물러 설득력이 약했다. ‘기호로서의 예술작품과 관객의 역할:김용철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응모자의 풍요로운 인문학적 배경과 미술작품에의 접근방식 그리고 논리전개 등에서 참신함이 돋보였다. 특히 기호학을 원용한 작가의 분석은 개성적인 시각을 느끼게 했다. 아무쪼록 당선자의 정진과 활발한 미술비평 활동을 기대한다. 윤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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