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동아일보,지면 곳곳 실험정신 가득

  • 입력 1998년 1월 12일 08시 45분


“어! 달라졌네.” 새해 첫날부터 동아일보를 만나는 독자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언론학계에서도 21세기 신문의 모습을 앞당겼다고 평가하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뿐만 아니라 일본신문협회 조사연구소가 제시한 2000년대 신문의 역할은 ‘독자의 다양한 정보욕구에 부응’ ‘사회적 컨센서스 형성의 가교’ 등 두가지. 즉 시민정보센터로서, 매스미디어로서의 공적 역할을 균형있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이번 지면 혁신에서 추구한 것도 “여론을 선도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정론지를 유지하며 독자에게 한층 다가서는 생활정보지”였다. 달라진 지면의 대표적인 사례는 2면의 투데이, 가로짜기 편집, 굿모닝 이코노미 스포츠 등 경제 및 스포츠 섹션, 굿모닝 미즈 앤드 미스터, 오피니언 페이지 등. 이 모두가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변화다. 2면에 선보인 투데이는 가장 혁신적인 지면. 매일 달라지는 날씨 금시세 환율 문화행사 장바구니물가 등 하루의 종합 정보를 한면에 모은 것은 국내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일이다.특히 기존 신문의 2면이 독자들의 정보 욕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비추어 동아일보 투데이면의 향방은 언론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편집의 가로짜기는 독자에 대한 적극적서비스라 할 수 있다. 가로짜기의 목적은 읽기 쉽고 그날의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쉽게 와닿는 구어체의 제목, 읽기편한 문장과 아름다운 문체 등은기사를 담는 그릇 자체를 바꿔내용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특히 가로짜기 이후 시커먼 먹 바탕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다. 먹바탕은 권위주의이거나 선정적 느낌을 준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만큼 동아일보는 이같은 부정적인 관행을 물리치고 있다. 굿모닝 이코노미와 미즈 앤드 미스터 지면은 전문적 실용 생활정보를 망라, 독자를 위한 대표적 섹션으로 손꼽힌다. 이정춘한국언론학회 회장은 “다음 세기에 관심이 높아질 부문은 독자 주변과 관련있는 미니 정보, 작은 상황에 대한 뉴스”라고 말한다. 굿모닝 이코노미는 부동산과 재테크 항목을 비롯해 금융상품을 조목조목 소개하는 등 경제생활 특히 국제통화기금(IMF)한파속 알뜰 살림을 위한 가이드다. 특히 기업 정보도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지어 보도, 경제를 이루는 주체가 독자 자신임을 강조한다. 굿모닝 미즈 앤드 미스터는 독자층을 20, 30대 직장인 및 주부를 겨냥한 지면.독자와 대화식 코너를 가동하고 있다. 부부 다툼의 내용을 독자들과 함께 판결하는 ‘미즈 vs미스터’는 “어! 우리도 그런데”라는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생활정보와 더불어 동아일보의 지면은 신문 고유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하는데에서도 ‘독자와 함께’라는 명제를 강화하고 있다. 영상 매체가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 핵심에 접근하는 데는 문자가 더 유용하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 데스크칼럼, 횡설수설을 비롯해 독자투고 등 오피니언 페이지를 한 자리에 펼친 것은바로 이런 관점에서 주요 이슈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한 바탕이다. 또 정치 사회 국제면도 선정적인 앞지르기 보도보다 현안에 대해 매일 심층 분석기사를 실어 독자의 판단에 보탬이 될 단서를 충실히 제공한다. 특히 정치면의 ‘비화 문민정부’는 새정부를 맞는 시점에서 과거를 정리하는 자리이고 사회면도 작고 온기있는 기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같은 동아일보의 지면 혁신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특히 ‘독자가 참여하는 신문’은 79년 신문의 날 표어일 정도로 새로운 게 아니다. 그만큼 독자를 향한 동아일보의 실험적 시도와 취지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은 게 사실. 최창섭 서강대 언론대학원장은 “언론학계에서는 동아일보의 지면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며 독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완성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허 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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