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팽팽하게』…첨단장비 갖춘 전문업소 인기

  • 입력 1997년 11월 28일 07시 45분


미용실 한쪽에서 계란팩에 콜드크림마사지를 받던 것은 옛 추억이 된 걸까. 요즘 피부관리실에 들르면 얼굴에 전류를 흘려 근육운동을 시킨 뒤 캐비아 알을 터뜨려 해주는 마사지를 받고 특수욕조에서 살이 밀려나갈 정도의 센 물살로 온몸을 「강타」당한다. 1주일에 한번 두어시간씩 짬을 내 시어머니와 나란히 피부관리실을 찾는 주부 정경아씨(31·서울 신사동). 우선 물침대에 누워 시원하게 전신마사지를 끝낸 뒤 시어머니가 전류 리프팅을 받을 동안 석고마스크를 한다. 『특수욕조에 30분쯤 몸을 담그고 나올 때쯤이면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모든 「찌꺼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 더없이 상쾌해요. 시어머니도 피부가 몰라보게 팽팽해졌다고 친구분들께 자랑이 대단하시지요』 「피부미인」이라는 말은 이미 진부해졌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는 여성들의 열망은 10대 청소년부터 60대 할머니까지 너나 없이 피부관리실로 이끌고 있다. 고객들은 대부분 피부관리실 이곳저곳을 거친 「베테랑급」. 처진 피부를 올려주고 주름을 옅게 하며 얼굴의 윤곽선을 잡아준다는 리프팅 프로그램이 요즘 가장 인기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에게는 1주일 또는 1개월 단위의 「웨딩케어」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피부관리실 고객 가운데 피부상태가 특별히 안 좋거나 살이 찐 여성은 드물다. 『예전에는 여드름이 심하게 나는 등 문제성피부를 가진 사람이 많이 찾았으나 지금은 노화를 늦추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대한미용사회 피부미용분과위원장 최현숙씨(48)의 말. 지난해 스위스그랜드호텔에 문을 연 피부관리실 「스위스 클리닉 라 프레리」는 스위스 말고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피부관리 마사지와 마스크가 1회 5만∼15만원이며 몸매관리 패키지는 1회 23만∼39만원. 보통 10회 단위라 2백만원, 3백만원은 우습게 넘어가지만 하루 열명 안팎의 여성고객이 꾸준히 찾는다. 일본 여성도 심심찮게 들르며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외국인 대상 미용투어로도 개발할 예정. 「있는 사람들의 사치방」쯤으로 여겨지던 피부관리실이 미용실과 다름없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들어선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서울 강남의 청담동 압구정동 논현동 등지의 손꼽히는 고급 대형피부관리실을 필두로 몇년새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가격은 한번 이용하는데 2만∼15만원으로 이용료와 서비스내용이 천차만별. 이 때문에 주부들 사이에선 「호텔커피와 다방커피 차이」로 비유되기도 한다. 피부관리실마다 하이드로테라피 아로마테라피 프레소테라피 등 이름도 생소한 갖가지 방법을 내세우고 몇천만원대의 수입기계를 이용한 「과학적인」 피부관리도 보편화했다. 단순히 피부를 깨끗하고 보드랍게 가꾸는 차원을 넘어 탄력있고 균형잡힌 몸매를 만들기 위한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곳도 많다. 일부에서는 한해 한두차례 외국의 피부관리사를 초청하기도 한다. 피부과전문의 최국주박사는『피부과의사는 치료가 목적이라면 피부관리사는 피부의 보호와 관리가 목적』이라며 『피부관리실에서 무리하게 주름살을 펴고 여드름을 없애거나 박피를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부관리사는 10만명 정도. 한두달 배운 뒤 일하는 경우도 있고 개업하려면 미용자격시험을 따로 치러야 하는 등 문제가 있어 자격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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