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아나운서 『우리도 인기스타』…노래-개그도 척척

  • 입력 1997년 11월 12일 07시 18분


세계적 다이아몬드 유통 정보회사인 드 비어스가 올해의 「다이아몬드 레이디」로 뽑은 사람은 아나운서 출신의 MC 정은아(33)였다. 우리나라에서 「다이아몬드 레이디」를 뽑기 시작한 95년엔 탤런트 이승연이, 지난해엔 모델 윤정이 뽑혔다. 정은아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아나운서의 위상이 탤런트나 모델만큼, 나아가 다이아몬드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퀴즈 하나. 「TV데이트」 「쇼 행운을 잡아라」 「이색도전 별난대결」 「생방송 한밤의 TV연예」… 이들 프로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정답. 모두 오락프로이고 MC가 「아나운서」라는 것. 오락프로와 아나운서.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조합이지만 요즘은 야한 옷차림으로 쇼를 진행하거나 오락프로에서 개그를 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아나운서는 정장슈트를 입고 점잖게 앉아 감정이 섞이지 않은 말투로 뉴스를 「읽는」 사람이라는 틀에 박힌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요즘 뜨는 「스타 아나운서」들은 연예인 못지않게 신상명세와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PC통신에는 「아나운서 사랑모임」도 생겼다. 기자나 PD가 3D업종으로 찍힌 대신 아나운서는 신세대 선호직종으로 떠올랐다. 80년 컬러TV 등장 이후 끼가 넘치는 엔터테이너들에게 MC자리를 빼앗기고 겉돌던 아나운서들이 화려한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스타 아나운서들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중 하나인 KBS아나운서 임성민(28)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새벽 3시50분 출근, 오전 6∼7시50분 「뉴스광장」 진행, 오전 9∼10시반 「특종 비디오저널」 녹화, 오후 1∼6시 「도전 주부가요스타」 녹화, 오후 8시부터 다시 「특종 비디오저널」 야외촬영…. 임성민은 일일프로 하나와 주간프로 4개를 맡고 있다. 92년 KBS공채 14기 탤런트에 합격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한 「과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뉴스보다 노래와 춤이 있는 쇼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임성민이 뉴스와 오락프로를 병행하고 있다면 KBS의 최은경(25)은 한 번도 뉴스를 진행해본 적이 없는 별난 아나운서다. 연예인인지 아나운서인지 헷갈릴 정도로 톡톡 튀는 최은경은 「이색도전 별난대결」 「스타 퀴즈쇼」 등 오락프로와 라디오「FM대행진」의 MC를 맡고 있다. 아나운서의 틀 깨기에 가장 적극적인 방송사는 KBS. 현재 1,2TV에서 아나운서들이 36개 교양 오락 프로를 진행한다. 남자 대표주자였던 손범수는 프리랜서로 독립했지만 김병찬은 계속 「주부 가요스타」 「밤의 이야기쇼」 등을 진행하며 KBS의 간판 MC로 활약하고 있다. SBS 「생방송 한밤의 TV연예」의 유정현은 아예 연예전문 아나운서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는 탤런트 뺨치는 외모로 드라마 「부자유친」에 출연했는가 하면 「좋은 친구들」에서 개그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KBS 아나운서실 박용호 부장은 이같은 변화를 아나운서의 전문화와 다양화, 영역확대 추세에서 비롯된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또 「정확한 발음과 반듯한 태도」라는 네모난 틀을 깨고 어디서든 튀고 싶어하는 신세대의 특성도 이를 도왔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한성주(SBS), 장은영(KBS)이 아나운서의 길을 택한 것도 스타 아나운서 시대를 여는데 한 몫했다. 그러나 아나운서의 영역 확장은 비용절감을 위한 방송사의 묘수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지명도가 있는 프리랜서는 1회 출연에 50만∼70만원을 받지만 아나운서가 월급 외에 받는 출연료는 2만원정도. 그러다 보니 프리랜서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 누구나 틈만 있으면 「홀로 서기」를 소망한다. 스타로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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