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지구사랑 환경이야기」시리즈

  • 입력 1997년 11월 8일 09시 23분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시리즈」(전3권·다섯수레 펴냄) 먼 옛날, 「꽃들의 아픈 소리」를 듣는다는 마술사 무크추크가 임금에게 아뢰었다. 『임금님의 꽃들을 괴롭히는 벌레를 모두 없애겠습니다』 마술사가 주머니에서 연한 보라색 가루를 꺼내 장미꽃 봉오리에 뿌렸다. 보랏빛으로 변한 진딧물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졌다. 『임금님. 이 가루를 온 나라에 뿌리면 메뚜기가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일도, 모기가 사람을 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임금은 마술사의 말에 솔깃했지만 공주는 걱정이 됐다. 『아바마마, 저는 꽃밭에 있는 조그만 동물들이 참 보기 좋아요. 그리고 사람이 자연을 해치는 일은 왠지 내키지 않아요』 그러나 임금은 마술사의 꾐에 넘어가 온나라에 마술가루를 뿌리도록 했다. 마침내 전국 방방곡곡에 보라색 눈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모두 신났다. 온갖 곤충과 작은 벌레들이 사라지고 농작물은 더 잘 자랐다. 파리도, 치워야 할 거미줄도, 소풍 나온 사람을 괴롭히던 개미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나비 역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매미의 노래도 들을 수 없었다. 온갖 물고기랑 새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벌레를 잡아먹고 살던 모든 동물들이 굶어 죽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공주가 그렇게 좋아하던 꿀벌도 사라지고 꽃가루를 옮겨줄 벌이 없어지자 과일도 잘 열리지 않았다. 『오! 맙소사, 이럴 수가!』 임금은 때늦게 탄식했다. 『해만 끼치는 벌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구나!』 그로부터 얼마 뒤 암소며 암탉이며 쥐며 모든 동물들의 몸에 얼룩덜룩한 보라색 반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죽은 채 발견된 어떤 고양이는 털이 온통 보라색을 띠었다. 공주는 뭔가 짚히는 게 있었다. 『풀과 열매에도 마술가루가 묻었어. 그걸 쥐가 먹었던 거야. 그리고 고양이는 보라색 얼룩점이 있는 쥐를 잔뜩 잡아 먹었던 거고』 이제 공주가 먹는 달걀과 우유에서도 작은 보라색 덩어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보라색 얼룩점이 공주의 코에도 생겨나고…. 다섯수레에서 펴낸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시리즈(전3권). 자연이라는 「삶의 큰 고리」에는 모든 생물이 모두 제 나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치를 깨우쳐 주는 그림동화다. 캐나다의 생물학자인 장 피에르 기예가 쓰고 질 티보가 그렸다. 그림은 신비롭고 마술 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 「마술가루」는 해충제나 다름없는 마술가루가 자연의 균형을 깨뜨리는 무서운 독약임을 일깨워준다. DDT와 같은 살충제의 해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았다. 「비눗방울 기계」는 온실효과와 이에 따른 자연의 파괴를, 「뒤죽박죽 잔치」는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늪과 연못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깨우쳐 준다. 각권 5,500원. 〈이기우기자〉 ▼ 전문가 의견 ▼ 요즈음 환경동화가 드물지않게 나온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고발하고 가르치고 훈계하는 메시지 중심의 「환경」동화가 아니라 탄탄한 구성, 살아 있는 인물,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 「동화」가 아쉽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드물게 보는 좋은 환경 「동화」다. 클레멘타인 공주와 임금, 마술사 무크추크는 개성이 뚜렷하다. 이 세 사람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은 어린이다운 상상력이 가득 찬 사건들을 펼침으로써 메시지의 직접적인 전달에 따른 거부감을 지워준다. 이 책은 외계에서 온 악의 세력이나 탐욕스러운 일부 어른들만을 환경파괴범으로 몰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갖게 되는 소박한 바람이 재앙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우쳐준다. 그리고 그 해결책도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각성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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