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교수님들, 외래어病 『중증』…국어교육硏 조사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생존이란 개념보다는 더 퀄러티 오브 라이프라는 개념과 동시에 그 문화생활도 엔조이하는 생활이 아니라…』(경영학) 『그 다음에 소팅은 가장 커먼한 오퍼레이션이다』(컴퓨터) 서울대 교수 가운데 상당수가 강의 도중 외국어 또는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말로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단어와 문장까지도 영어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가 95, 96년 2년간 서울대교수 97명(인문 18, 사회 35, 자연 44명)의 강의를 녹취, 외국어 및 외래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 이에 따르면 교수들의 외래어 남용 현상은 전문 학술용어부터 거의 영어식 원문에 가깝게 표현한 경우 등 네가지 유형으로 분석됐다. 첫째, 학술용어 등 전문적인 단어여서 불가피한 외래어. 『디옥실 리보오즈가 있죠. 이것은 알엔에이 구조인데…』(화학) 두번째, 우리말로도 표현이 가능한 경우. 『히팅을 한 다음에 소킹을 합니다. 쿨링을 할 때에는 주로 슬로 쿨링을 합니다』(공학) 세번째 유형은 쉽게 우리말을 떠올릴 수 있는 일상용어들을 외래어로 표현한 사례. 『잉글랜드는 샵 오너들의 나라다』(역사학)마지막으로 거의 원어 문장에 가까운 수준으로 표현하는 경우. 『뭐라고 정의 내리느냐 하면 투 비 디스 카인드 투 비 솔드 매매 대상으로 운명지어진 것이 머천다이즈 상품이라고 한다』(경영학) 이들 교수는 1백마디를 말할 때 7마디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쓴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 중 전문용어 등 외국어를 불가피하게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닌 사례가 절반을 넘었다. 연구를 맡은 김광해(金光海)국어교육과교수는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국어의 고유한 단어들은 모두 사라지고 조사나 어미만 남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